FMCG 분야에 한정된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
브랜드를 기획하거나 기존의 브랜드를 활용해서,
사업/제품/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 및 관리하는 직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FMCG 브랜드매니저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브랜드 매니저 역할의 꽃은 '신규 사업 & 신제품 론칭' 업무라고 생각한다. 신사업과 신제품의 성공여부는 회사의 매출 및 성장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과 제품 론칭에 있어서 BM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1) '브랜드 매니저 = 광고와 프로모션 전문가, 그래서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관련 직군'
가장 많은 오해는 브랜드 매니저가 소비자 커뮤니케이션 직무인 광고/홍보/프로모션 전문가로 오해한다는 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브랜드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하지만 위에서 보는 것처럼 전부는 아니다. 신제품 출시 업무를 예로 들자면, 수많은 업무 단계를 진행한 후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이런 오해가 있는 이유는 예산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커뮤니케이션 유관 업무는 브랜드 매니저가 연간 집행 가능한 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돈이 몰리면 산업이 형성되고 많은 전문 업체들이 많다. ATL/BTL/바이럴/검색어 등등. 즉 돈이 몰려 산업이 형성되고 관련된 수많은 협력 업체들이 생기면서 브랜드 매니지먼트가 광고 영역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필립 코틀러의 마케팅 원론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마케팅 = 광고'가 아니듯 '브랜드 매니지먼트 = 광고'가 아니다.
(2) 브랜드 매니저 = 고상한 철학을 지닌 멋진 사람, 그래서 숫자와는 무관한 직군
전혀 아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사업의 계획과 실행을 담당하며 성과에 책임이 따른다. 성과 지표는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지표는 아무래도 매출이다. 일정 규모로 성장하지 않은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퇴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pricing, 광고선전비, 각종 변동비와 판관비 등 브랜드 매니저가 관리해야할 숫자(엄연히 말하면 재무적 판단과 개선)는 매우 많다. 또한 신규 사업과 신제품 론칭 시, 시장에 대한 분석과 규모 측정을 할때도 정량적인 판단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숫자없는 브랜드 전략은 무의미하다. 실제 일 잘하는 브랜드 매니저들을 보면 숫자에 강하고 숫자에서 시사점을 도출해내는 분석력 역시 뛰어나다. 많은 콘텐츠와 책에서 나오는 멋진 이야기들 때문에 오해할수도 있겠지만 브랜드 매니저는 고고하고 우아하고 멋진 철학자가 아니다. 오히려 생각을 실체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구현하고 발로 뛰는 실증주의자이자 행동주의자이다.
사실 잘 모르겠다. 나 역시 좋은 브랜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탁월한 브랜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 날마다 고군분투하는 입장에서 일 잘하는 BM분들을 만나며 정리한 두 가지가 있다. ‘re-definition’과 ‘re-coordination’을 잘하는 사람이다.
먼저 ‘re-definition’. 말 그대로 재정의를 잘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매니저는 결국 사업과 제품의 기획부터 관리, 그리고 브랜드의 요람부터 무덤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사람이다. 또한 Value Chain 전반에 깊숙히 관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 매니저는 각종 상황과 문제에 둘러쌓여 살아간다. 비단 신제품 출시 단계의 아이디어 도출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브랜드를 구매하는 이유, 브랜드의 경쟁 우위 설정, 유통구조 설계, 그리고 각종 이슈들까지. 이런 상황과 문제 속에서 핵심을 뽑아내고 우리 브랜드에 맞게 정의/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상황을 타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re-coordination’. 조율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능력이 아니다.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하지만 그 누구도 상처받지 않게(가능한 적은 상처로...), 그리고 옳은 판단으로 조율하고 조정하는 사람이다. 앞서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 안에서 무수히 많은 팀과 담당자들, 협력 업체와 커뮤니케이션 하며 일을 진행한다. 그리고 각 프로세스마다 많은 의견들이 난무한다. 하지만 브랜드 매니저의 의견만이 정답은 아니다. 무수히 많은 답안 중 하나이다.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브랜드 매니저는 정답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정답을 찾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답들이 쏟아진다. 무수히 많은 답과 의견을 총체적으로 검토하고 종합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 브랜드 매니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하고 조정하면서 정답으로 다다르는 ‘re-coordination’을 잘하는 분들이 뛰어난브랜드 매니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