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는 말했다고 하죠. 음악은 모든 예술 중 가장 강력하게 의지를 표현한다고. 악기가 없어도 음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맨몸으로, 목청으로 때우면 되는 노래방이죠. 올해 이사 전의 설렘 중 하나는 코인노래방이었어요. 코스트코가 아닌 코노가 있는 코세권으로 입성이었죠.
코세권의 직장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점심시간마다 코인노래방을 찾는 신입사원을 두고 어떻게 해야 하냐는 사연이 있었죠. 직장 가까이 코인노래방이 있었다면 저도 점심시간에 다녀오고 싶네요.
코인노래방을 좋게 하게 된 이유는 모임을 통해서였어요. 전에는 여섯 명, 일곱 명이 모여 노래방에 간다는 것에 심드렁했죠. 노래방은 결국 노래를 부르러 가는 곳이니까요. 그런데 소모임 어플을 통한 그 모임으로 노래방 가는 것 자체가 좋아졌어요.
그 모임은 노래모임이라 할 만큼 다들 노래 실력자들이 모인 자리였거든요. 실력자들과 노래방에 간 경험은 콘서트에서 감상하는 음악과도 다른 느낌이었죠. 바로 앞에서 절절한 노래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었던 건 K였습니다. 모임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던 깡마른 친구였는데, 그런 면이 있을 줄은 몰랐죠. 그와 노래방에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발라드의 황태자였어요.
K가 노래를 부르면 모두가 그의 목소리에 집중했습니다. 노래방 안에는 오직 그의 목소리와 반주만이 울려 퍼졌고, 그 순간은 마치 목소리가 온몸을 감싸는 것 같았습니다. 따뜻한 음색으로 부르는 노래 가사는 가슴을 찌르르하게 만들었죠. '울 수 없으니 웃어야죠' 라니.
노래가 얼마나 사람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지 알 수 있었죠. 더불어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그들이 음정을 맞추는 걸 바로 옆에서 듣고 배울 수 있었어요. 그 후로는 시간 날 때마다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서 악보 모드를 켜고 노래를 연습했습니다.
모임장이 노래가 늘었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칭찬해 줄 때는, 머릿속에 미래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는 제 모습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자친구에게 프러포즈곡을 불러주고. 결혼식에서는 축가를 부를 수 있었습니다. 코인노래방에서 죽어라 연습한 덕분이었죠. 물론 결혼식장에서도 축가 마지막 부분에서 음이탈(삑사리)를 내는 바람에 사회자가 당황하기도 했지만요.
여전히 실력은 부족한 관계로 와이프와 코인노래방을 갈 때면 각자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노래를 부릅니다. 각자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하지만 연습하다 보면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게 되고, 코노를 합방하는 날이 오겠죠?
떠오르는 노래방의 추억, 애창곡이 있지 않나요? 네이버 지도앱을 켜고 근처에 코인노래방을 찾아보는 건 어떤가요? 혼자여도 재밌게 놀 수 있는 그곳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