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한 휴지는 그 자체로도 품이 폭신하고 넉넉해서, 단 몇 칸만으로도 그 역할을 충실하게 해낸다. 반면 빈곤한 휴지는 아직 무언가를 품을만한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준비 과정 없이 무작정 무언가를 품어버리면 금세 구멍이 나버리곤 한다. 빈곤한 휴지로 무언가를 잘 품으려면, 일단 손가락 네 개 위로 휴지를 돌돌돌 말아야만 한다. 그 두께가 톡톡해질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거쳐야만 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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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휴지는 겉으로 보기엔 깨끗해 보이지만 막상 형광 물질이 그득할 수 있다. 분명 휴지로 입가에 묻은 케첩을 닦았는데, 케첩이 닦이는 대신 내 입술 전체가 형광으로 물들지도 모르는 일.
반면 누리끼리한 휴지는 겉으로 보기엔 조금 볼품없어 보일 수 있지만, ‘깨끗하게 닦는다’는 본질적인 역할에는 오히려 충실할 수 있다. 마침 레트로 감성이 유행이니, 다음엔 크라프트지 느낌의 황토색 휴지를 써볼까 싶다.
저희집 휴지 두께는 중산층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다음엔 좀 더 부유한 휴지 사고 싶어요. (Sony a5100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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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색깔만으로 표백제의 유무를 판단할 수는 없어요. '무표백'이라는 문구가 중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