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구워 만든 ‘훈’이라는 악기가 만들어낸 음빛깔은 내가 대숲 한복판에 서야만 들을 수 있는 바람의 소리를 들려준다. 다시 말해 나는 대숲에 가고 싶은 상황이면 이 음악을 들어야 한다. 드러낼 수 없는 슬픔을 마주할 때, 터뜨릴 수 없는 분노가 가슴에서 심지에 불을 붙일 때, 나 스스로에게서 구역질을 느낄 때, 나는 바람의 소리 한가운데로 나를 데려가 세워놓는다. 불평에서 평화로, 서글픔에서 엷은 미소로, 매듭에서 허무로, 관계에서 해탈로 돌아올 때까지 듣는다. 일주일 내내 ‘바람의 소리’만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글에 링크하기 위해 음원을 찾다가 알게 된 사실은, 내가 받은 서정적인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자녀의 도리를 담은 곡이라는 것이다. 작품이 창작자의 손을 떠나면 수많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자녀의 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