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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호 Jan 08. 2024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서  손 모아 눈을 감을 시간

이수인: 고향의 노래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
창 열면 하얗게 무서리 내리고
나래 푸른 기러기는 북녘을 날아간다
아, 이제는 한적한 빈 들에 서 보라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고향길 눈 속에선 꽃등불이 타겠네      

달 가고 해 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골 초가마을에
봄이 오면 가지마다 꽃잔치 흥겨우리
아, 이제는 손 모아 눈을 감으라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집 싸리울엔 함박눈이 쌓이네


#고향의 노래, 피아노 반주


겨울의 노래이자 고향의 노래다. 등불이 켜지는 밤마다 고향의 울타리를 넘게 되는 마음과 달리, 현실의 경계 너머로 단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나그네의 아픈 마음이 담긴 곡이다. 노랫말과 멜로디의 조화는  완벽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일까, 극히 짧은 시차를 두고 울리는 한 옥타브 간격의 피아노 건반음이 들려주는 전주는 귀로 들어오자마자 길손의 가슴엔 함박눈처럼 쓸쓸함이 고이 쌓인다.  

이렇게 펼쳐지는 전주만으로 나은 90점을 주면서 이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서정적으로 곱게 뽑아내는 가수의 목소리 사이사이로 귀를 간지럽히는 피아노 반주음에 나머지 10점을 마저 흔쾌히 내준다.

단언컨대, 이 노래는 가수의 능력에 기대어 듣는 곡이 아니라, 작곡가의 천재성에 감탄하며 듣는 곡이다.



#고향의 노래



미 - - 도 솔 - - 시 도 - - -


아, 고향에 가고 싶다.

내 마음속 짙은 향수를 담아 불어 보는 팬풀룻의 전주도 하모니카 음만큼이나 아련하게 들린다.

정지용의 향수에 이어 내가 연주 목록에 담은 두 번째 고향의 노래다.  

아련하고 그리운 마음을 나의 팬플룻 음으로 채색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아쉬움은 삼킬 수 있다.



Photo: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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