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 지 3개월쯤 되었을까.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식당입니다. 가게 인테리어가 범상치 않습니다. 그렇죠. 자개장입니다. 그 위에 민화풍 그림도 있어요.
문 앞에는 코뚜레를 달았습니다. 힘센 황소도 꼼짝 못 하게 한다는 코뚜레는 악한 귀신을 쫓는다고 합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알 법한 미신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왼쪽의 '결혼합니다!' 현수막을 보니 결혼은 충분히 하실 나이의 사장님인 모양입니다.
삼겹살 먹으러 가봐야겠습니다.
누구의 작품인지 무지하게 궁금합니다. 다꾸(다이어리 꾸미기)에 못지않은 트꾸(트럭 꾸미기)입니다.
사실 사진 찍기 한참 전에 본 적이 있는 트럭인데, 그때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습니다. 왜냐하면 스티커가 햇빛에 많이 바랬거든요.
그땐 훨씬 예뻤습니다.
자세히 보면 간격을 아주 잘 맞췄습니다. 정말 공들여 붙였어요. (티니핑 맞죠?)
이 옷집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8년은 넘었습니다.
옷집이 예쁜 건 확실합니다. 옷이 예쁜지는 안 가봐서 모르겠어요.
사실 사진 찍을 때 같은 건물의 PC방 앞에 누군가 앉아있는 줄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에야 눈에 보이네요. 의외로 사진을 찍을 때에는 시야가 좁아집니다. 지금 눈에 보이는 걸 빨리 잡아두고 싶거든요.
그냥 예쁜 옷가게를 찍고 싶었는데 뜻밖에 다른 의미의 사진이 되었습니다.
여성 전용 목욕탕입니다. 가봤냐고요? 때도 밀었답니다.
내부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 <억수탕>과 똑같습니다. 순간 과거로 시간여행한 기분이었어요.
올 겨울에도 가볼 생각입니다.
어린 친구들이 다니는 영어 학원의 간판은 빛이 바랬지만 목욕탕의 간판은 반짝입니다.
참고로 이 목욕탕 근처에 초등학교와 도서관도 있답니다.
정말 우스워서 웃고, 빙그레 미소지으며 웃고, 아직 남아있어 줘서 웃게 되는 도시입니다.
생각해보니 이 도시에는 훨씬 웃기고 재미있는 간판과 풍경이 많았습니다. 그땐 사진 취미가 없어서 미처 찍지 못했는데, 신도시화 되면서 대부분 없어졌어요. 신도시는 많은 걸 없앱니다. 신도시에 들어와 사는 사람들은 그걸 기억해야 합니다. 아파트에 자꾸 다른 사람들 들어온다고 불평하기 전에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