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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Aug 30. 2024

Day18

2023. 08. 14. _ 제주 한 달 살기


제주대학교병원 스타벅스 제주도남DT점 아라동주민센터 버거킹 제주함덕DT점 다이소 제주함덕점

 

 어느 때보다 가볍고도 상쾌한 아침이다. 오늘은 셋째가 퇴원하는 날. 오전 퇴원을 위해 부지런히 아침을 맞이했다. 눈이 떠진 시각은 새벽 5시 20분. 아침 해는 벌써 떠오르고, 밖은 오늘도 여전히 무더위를 장담하듯 창문을 통해 숙소 안 곳곳을 작렬히 비춰 주었다. 병원과 여행지를 오고 가는 힘겨운 스케줄 탓에 아이들은 밝고 뜨거운 햇볕에 아랑곳하지 않고 곤히 자고 있다. 새벽에 마주하는 혼자만의 시간. 양치와 세수를 마치고 4박 5일의 일정을 보낸 뒤 무사히 퇴원할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 기도를 드렸다. 이어 일기 쓰기를 통해 지난 아픔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남은 제주에서의 시간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셋째와 다시 함께하는 앞으로의 여행을 어떻게 꾸리면 좋을까.

일단 무리하지 않은 일정이 최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무더운 날씨 속 빡빡한 일정은 자칫 피로를 낳고, 피로는 결국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해야 여행을 할 수 있기에 힘들면 하루 쉬었다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덤으로 주어진 시간이라 여기며 감사한 마음으로 나와 가족을 보살피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셋째의 상황을 그 어느 때보다 세심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장애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작 5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다. 누나들의 기준에 맞춰진 지난 여행이 다소 무리가 되었다면 이번엔 철저히 셋째 위주로 여행을 꾸려갈 것이다.

 큰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아침을 준비해 놓고, 첫 번째 수유를 위해 오전 7시경 숙소에서 나섰다. 아이들은 어제의 힘든 일정의 피로를 해소하기 위해 더 잘 수 있도록 놔두고, 나는 그 사이에 셋째 수유와 퇴원 절차를 밟을 것이다. 병원에 도착하니 셋째가 밤새 울고 잠을 잘 자지 못했다고 한다.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반면 울었다는 건 회복하고 있다는 긍정적 암시이다. 경기를 하면 한동안 넋을 놓게 되는데 회복을 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불편함을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숙소에 돌아가 엄마인 내 품에서 편히 먹고 잘 수 있게 되었으니 모든 것이 다 괜찮다. 퇴원 수속을 마칠 때까지 ‘스타벅스(제주 제주시 연북로 394 (도남동))’에 가서 잠시 기다렸다가 끝마치면 다시 병원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스타벅스에 앉아서 30분 동안 묵주기도를 했다. 나에게 기도는 명상과도 같다. 자칫 마음이 들뜨고 조급해질 때 묵주기도를 통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빌 때면 모든 것이 온전해지는 기분이다. 이어 읽고 있던 심윤경 작가의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도 마저 다 읽었다. 셋째가 입원을 한 순간부터 퇴원할 때까지 틈틈이 읽어왔던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웃고, 울린 멋진 작품이었다. 더불어 나를 유독 예뻐하셨던 외할머니를 떠올리게 해 주었다. 나이 듦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해 주었던 책이다. 좋은 책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퇴원을 하려면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하다고. 병원과 가까운 ‘아라동 주민센터(제주 제주시 인다 8길 5 아라동주민센터)’에 가서 주민등록등본을 떼었다. 그렇게 오후 12시가 돼서야 완전히 퇴원할 수 있었다. 숙소에서 엄마와 셋째만을 기다리고 있을 큰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갔다. 여행 내내 되도록 여행지 음식을 먹기 위해 노력했지만 오늘만큼은 아이들이 원하는 햄버거를 먹기 위해 함덕에 위치한 ‘버거킹(제주 제주시 조천읍 일주동로 1186)’을 가기로 했다. 그렇게 숙소에서 아이들을 픽업해 바로 함덕 버거킹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보는 셋째를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모두 함께하는 기쁨을 마음껏 누렸다. 남은 오후는 숙소에서 오롯이 쉴 예정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바로 옆에 있던 ‘다이소’(제주 제주시 조천읍 일주동로 1184)에서 필요한 물건 몇 가지를 구입 후,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갔다. 내일은 친정엄마를 포함한 외갓집 식구들(외삼촌, 외숙모)이 우리가 머무는 숙소에 찾아올 예정이다. 3박 4일의 일정을 함께할 것이며, 어른들의 도움으로 조금은 수월한 여행이 되지 앉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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