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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Oct 24. 2022

나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못됩니다.

보지 마요, 아무도

공부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글을 쓰기 위해 한글을 열었다.

하늘은 파랗고, 하얀 구름들이 떠다니는 내가 좋아하는 날씨이지만, 나는 좋지 않다.

     

올해 초, 그 첫 시작을 떠올리고자 한다.

갑자기, 내 몸은 아팠다.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공부에 미친 듯이 살진 않았을 무렵이었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아픈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아팠다.

일주일을 아프다가, 약을 먹고 몸을 재우고, 또 깨서 아프고, 다시 약을 먹고 지냈다.

살고 싶지 않았고, 버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할 때 통증은 사라졌다.

나는 무엇 때문에 버틴 것이 아니라 통증이 멈췄기 때문에 살았다. 그렇게 찜찜한 일주일이 지나, 나는 수험생이 되었다.     


간혹, 무리를 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공부를 하다가 공황이 왔고, 자주 숨쉬기가 힘들었다. 가티오가 뜨던 날부터는 책이, 글자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게 많다는 감각이 나를 싫어하게 만들었다. 누구나 겪는 잠깐의 슬럼프라고 생각했다. 이 또한 지나갔다.     


이제 조금만 더를 외치는 시기가 왔다. 나도 조금은 이 위협적인 압박감이 익숙해질 때쯤, 갑자기 내 몸은 다시 아팠다. 그리고 나는 통증이 나를 좀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2달쯤 지난 지금, 검사 결과가 모두 CRPS를 향하고 있었고, 나는 의사에게서 CRPS진단을 해보자는 말을 들었다.     


지난 약 1년의 시간이 단 3 문단으로 정리될 수 있다는 것이 허망하지만, 내 통증이 글로 적힌다는 것이 어이없지만, 내가 무엇을 해도 이 통증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이 나를 휩싸고 있기에 노트북을 켰다.

수없이 아팠지만, 앞으로의 아픔이 더 깊고, 더 많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다. 과거의 내가 아팠고, 아프고, 아플 것이지만 나아가겠다고 말한 것은 덜 아파봤기에 했던 말이었다.     


이건 글이나 기록이라기보다는, 아파서 내뱉는 비명이나 절규에 가까울 것이다. 살아있기에 내뱉을 수 있지만, 살고 싶어서 소리 지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팠던 사실은 알고 있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기억에서 지워버린 나는 이번에도 지나갈 수 있는 에피소드인 것인지 스스로에게 자꾸만 되묻는다.     


나는 무너지고 점점 망가져간다. 얼마나 더 망가지고, 얼마나 더 힘들어야 나는 독하게 고통을 끝낼 준비를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 독하게 이 사실을 알릴 수 있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내 사람들이 이 글자들을 안보길 간절히 바라면서, 보고 나를 버텨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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