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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자의 나이듦 Jan 15. 2021

나이에 따라 할 수 있고 없는 일이 나뉘어있지 않다.

우리는 어떻게 조금 더 고령 친화적인 [행사]를 기획할 수 있을까? 


최근에 푸드아트컴퍼니 삐요레센터에서 '친환경 농산물 요리교실' 파트를 진행했던 세계자연유산 제주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한 덕천리 마을 캠프 (세계자연유산마을 (주)설문대, 삐요레 센터 진행)에 보조 진행자로 참여하였습니다.  


프로그램의 목적은 마을애(愛)를 통한 제주환경의 중요성 고취 및 보전의식 확산! 마을 문화의 활성화를 통한 전승에 기여! 마을 주민 화합 및 교류의 장! 이었습니다. (출처_행사 포스터)


참고로, 삐요레센터는 2015년부터 제주도에서 푸드를 활용하여 • 키즈쿠킹 • 학교 및 공공기관 수업&케이터링 • 쿠킹클래스 • 파티 등을 기획/진행하는 멋진 회사입니다. 감사한 인연으로 의미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삐요레 센터 인스타그램 @jeju_piyore_center


ps. 당일 프로그램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본래 특정 세대를 대상으로 기획된 것이 아니고 이미 많은 성공사례가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글은 전 생애적 관점으로 어떤 서비스/프로그램을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로 실제로 참여했던 행사를 예시로 삼은 것뿐, 프로그램의 아쉬움을 집고자 하는 의도가 아닙니다.




 고령친화적 관점으로 

 콘텐츠 들여다보기    

 좋았던 부분    

1. 마을 어른들의 '긍정적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 날 케이터링에는 '낙엽으로 만든 다회용 그릇'을 사용했다. 진행자(삐요레 대표님)께서 이 그릇의 특별한 점을 이야기해주셨는데, 캄보디아의 떨어진 낙엽들을 여성들, 노인들, 아이들 또는 장애우들이 만든 상품이라고 하였다. 

여기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그릇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하며 "이 덕천리 마을에서도 어르신들의 손길로 상품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사는 정확하지 않음) 라며 마을 어른들의 '긍정적 가능성'을 언급해주었다는 점이다. 







2. 오랜만에 하는 경험, 일상의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주로 그들의 옛이야기를 듣는 관점이 반영된다. 그들의 시간과 경험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되는 기획이다. 한편으론 이런 관점이 우리가 가진  편견일 수 있다. 록 페스티벌, 물총 페스티벌처럼 일상의 이벤트를 즐기러 참여하듯이 어르신들도 더 새로운 것,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것을 테마로 문화행사를 기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날은 어르신들이 직접 요리를 만들고 식사를 하시기 전에, 체크무늬 식탁보와 노란 꽃이 담긴 화병으로 테이블 세팅을 완전히 바꾸었다. 진행하는 나부터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는 전환이었다. 모든 테이블이 화사해지고 그 앞에 소녀처럼 앉아계신 우리 팀(내가 전담해서 도와드렸던)의 어머님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님, 이거 너무 예쁘죠- 이렇게 제대로 차려서 예쁘게 세팅하고 식사해보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몰라 오래됐어, 오늘이 처음 같아" 


물론 처음 시작할 때는 이거 뭐 이렇게 만들어서 먹냐 그냥 먹지' 이렇게들 말씀하셨다. 하지만 클래스의 끝에서는한 손에는 접시, 한 손에는 노란 꽃을 들고 사진을 여러 장 찍어가셨다. 


각 테이블을 꾸밀 준비를 마친 꽃과 꽃병들 그리고 체크 무늬 식탁보.
어느새 쿠킹 클래스에 빠져들고 사진도 여러 장 찍으셨어요!

물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가 조금 더 낯설고 어색해서 표현은 어렵다, 귀찮다 하실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즐기시기까지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 있다. 그렇지만 어른들도 언제까지나 새로운 일은 재미있고 기대되며 기록하고 싶다. 

시선을 뒤가 아닌 앞에 두고, 현재를 잘 살아가는 법 그리고 앞으로 계속 변화할 세상에서 나만의 방식을 찾는 법 등 미래 지향적인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기획되어도 좋을 것 같다. 항상 염두에 둘 점은
기획하는 입장에서는  속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표현에 마음의 대비를 해야 하며 시간은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이해를 가지는 것 아닐까? 



3. 무언가를 설명하고 이해를 돕는 데에 '감각'을 최대한 활용하였다. 

위 내용을 말로만 전달한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눈 앞에 가능성의 산물을 가져다 놓고 직접 사용하시는 와중에 넌지시 이야기를 건네었다.   

삐요레 센터의 작품이 담긴 낙엽으로 만든 다회용 그릇 @ 삐요레센터



누구나 나이가 들면 기억력과 이해력이 조금씩 떨어져 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구성원들이 모여있는 행사라면 모든 이야기 / 사물을 인지시킬 때 감각을 최대한 많이 활용하실 수 있도록 기획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구두로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해하시기를 기대하기보다는 눈으로 볼 수 있고(시각) 설명으로 들을 수 있고(후각) 손으로 만질 수 있다면(촉감) 원활한 소통에 조금 더 도움이 될 것이다. 




 고령친화적 관점으로 

 콘텐츠 들여다보기    

 발전할 수 있는 부분  


(1) 모든 것은 한눈에 잘 보이도록.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쿠킹 클래스에서 필요한 각 종 양념들을 일반 종이컵에 소분하여 세팅했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업 중에 양념을 이야기하니 어르신들이 종이컵을 몇 번이고 뒤집으며 열어보셔야 했다. 


앉은자리에서 종이컵에 담긴 게 양념인지 무엇인지 구분이 안되었고 큰 글씨로 어떤 양념이라고 붙여둔 것도 아니어서 인지하기 어려우셨던 것이다. 


덕분에 진행자/보조 진행자/참여자 모두의 동선이 비효율적으로 반복되어야 했다. 매우 사소한 부분이지만 이런 비효율적인 동선이 쌓이고 쌓이면 전체 프로그램의 시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2) 이왕이면 더 쉬운 말로, 더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이야기로. 


프로그램의 내용 자체는 좋았지만 여러 어르신들이 말을 많이 한다, 빨리 하자며 조용히 계속 한 마디씩 하셨다. 어르신들은 마이크를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앞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에 긴 시간 동안 집중하기를 어려워하셨다. 

진행자는 사전에 준비과정을 거쳐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더 쉬운 말 & 더 짧은 시간 동안 표현했을 
때 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전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 진행자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선생님 한 분이 테이블 하나를 맡아서 보조하는 모습  

당연하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진행자 수는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몇 명의 진행자가 테이블을 돌아가며 보조를 하기보다 선생님 한 분이 테이블 하나를 행사 내내 맡아서 보조해야 한다. 

단순히 행사가 잘 끝내기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과정 속에서 어른들께 여러 번 설명하고 용기를 북돋아드리고 그 순간에는 손녀처럼 친구처럼 대하며 경험의 질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4) 우리가 기획해야 할 것은 난이도이다. 

"어르신들이 이걸 하실 수 있을까, 걱정된다, 이게 될까?"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걱정이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조금 더 섬세하게 더 쉽게 준비하고 기획함과 동시에 '나이에 따라 할 수 있고 없는 일이 나뉘어있지 않다. 그거 상관없이 다 하실 수 있다는 막연한 믿음'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나이에 대해 가지고 있는 무의식적인 생각, 그로 인해 나오는 태도와 말들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다. 다만 가만히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정말 이게 그들에게 어려울까? 정말 하지 못할까? 정말 재미없을까? 


예를 들어 한 끼 식사 만들기라는 행동은 모든 세대, 나이가 몇 살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기획해야 할 부분은 난이도이다. 한 끼 식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몇 단계로 나뉘어 있는지, 한 끼 식사의 수준은 어떠한지, 요리를 할지 조리를 할지, 재료 손질부터 시작할지 몇 가지를 손질해 둘지, 설명은 어떻게 할지 등. 


그렇지만 한 끼 식사 만들기 그 자체는 누구도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은 기본값으로 가지는 것이다. 이 마음가짐에서 다양하지만 섬세한 기획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게 어른 친구와 아이 친구의 관계에서도 적응되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해본다. )


마치며

행사에 정신없이 참여하기도 했고 처음부터 이 글을 기획했던 것이 아니여서 원하는 사진과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점이 아쉬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기억하고 느꼈던 것 안에서 최대한 자세히 정리해보았습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관점이며 
행사 진행 중에 뒤편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와 행동을 관찰하고 연령친화적인 관점으로 해석해본 것입니다. 제 눈에 보이는 것을 기록하고 공유하다보면 어딘가에서, 누군가에게 쓰일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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