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각자의 나이듦 Jan 30. 2021

독립통ㅣ어떤 일을 하고 싶니?  

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적어보는 일

“어떤 일을 하고 싶니?” “나다울 수 있는 일이요” 

당연한 일을 의식적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었다. 저 대답을 했을 당시에 내가 생각했던 나다운 일은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그건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 자신만의 의미’는 무엇인지 묻지 않은 채, 첫 번째 일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인생을 성찰할 수 있도록 툴킷을 만들고 워크숍을 하는 곳이었다. 사람의 마음과 닿아있는 일을 하고자 하는 방향은 비슷했지만, 그곳에 ‘나만의 의미'가 있진 않았다. 그곳에서 일해야 할 뚜렷한 이유와 목표를 찾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자유는 오로지 나 스스로만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조직이라는 형태가 맞지 않았던 탓이라 여겼는지 그다음엔 자유롭게 소속되지 않고 일하고 싶었다. 두 곳의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다. 콘텐츠 마케팅을 먼저 제안하고 만들어낸 자리였다. 시급을 받았고 반쪽짜리 소속감과 장소의 자유로움을 누렸다. 일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일이 깊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회사는 더 많은 시간과 보상을 보장해 줄 여력이 없었다. ‘보상을 제대로 받았다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라는 일기를 보면 알 수 있듯, 나 자신도 일과 보상을 저울질했다. 일의 형태를 자유롭게 하면 자유롭게 일하는 것이었을까? 그건 자유가 아니었다. 난 관망하는 태도를 가지고 무언가를 대하는 일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본인의 만족감으로 더 진하게 달려들어 보상이든 시간이 든 신경에 오르지도 않은 상태일 때, 그게 자유가 아닐까를 배웠다.  



내 생각과 관심이 합리적인지를 매일 되물었다. 

지금의 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관심을 약 4년째 이어오고 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책임감과 부채감, 해결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그런 부류의 관심이다. 나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닌 것 같고 자격이 없는 건 아닐까 계속 자격을 갖추는 방법만 찾게 만드는 그런 것이다. 
 이 분야에 나만의 질문이 생길 때마다 의도적으로 일하지 않기를 선택하고 답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전문적으로 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늘 자신감이 없었다. ‘이 생각이 맞는 걸까?’ 내 생각과 관심이 합리적인지를 매일 되물었다. 지인들을 만나면 일하고 있지 않은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는 마음에 한껏 작아지곤 했다. 정작 흥미를 파고들기 위한 행동을 하기보다 ‘해도 되는지’를 묻는데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감정을 들였다. 동시에 알 수 없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뭉쳐 몸과 마음이 무겁고 버거웠다.

 

내가 된다는 건 애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무언가를 이해했다. 나는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 대단한 일을 해야만 의미 있는 내가 되는 줄 알았다. 내가 될 수 있는 일을 찾기 위해 애를 썼던 것이었다. 그러나 내가 된다는 건 애쓰는 것이 아니었다. 이미 나는 나 그자체로 존재하고 있었다. 일, 관계, 사랑 등은 모두 나 '다음'이었다. 지금의 너로도 충분하다는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나니 나를 더 믿어주고 싶어졌다. 내가 이미 온전하다는 사실이 바탕이 되니 하고 싶은 일이 훨씬 산뜻하게 다가온다. 관심 분야는 조금씩 더 뚜렷해져 가고 있고 이제는 그 에너지가 무겁지 않다.


누군가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으면 고등학교 연극부 생활을 꼽는다. 늦은 밤까지 연습하고 다 같이 소강당의 불을 끄고 갔던 그 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난 왜 행복했을까? 당시의 나에게 가장 재미있고 호기심을 느꼈던 일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배우로서 무대에 올라 표현했고 회장으로서 갈등을 중재할 때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으며 부당한 일에는 나의 일처럼 앞장섰다. 그때의 나는 무엇도 관망하지 않았고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정말 나다웠다. 



나의 의미에, 내 관심사에 더욱더 깊이 빠져보려 한다. 

이제는 의미라는 것이 세상의 크기만큼 넓고 사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저 각자의 의미에 집중하면 된다는 것을, 내 시선이 바깥으로 향해있을 때는 알지 못했다. 나는 우리가 연결되어있다고 믿어서 남 일을 내 일처럼 느끼기 때문에 모두의 평안과 안위를 고민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내 관심사를 더욱더 깊게 고민하고 빠져보려 한다. 나이가 들어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회를 누리며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자유롭고 깊이 있는 소통 방식을 찾아 한 명 한 명의 잠재력을 일깨우며 동시에 그들의 심적 위안을 더 해줄 수 있는 일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렇게 한편의 글로 일과 제 자신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들을 지나왔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으로 끝을 맺었지만 또 언제 어떻게 다른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를 일이지요. 그렇지만 마침표를 찍은 이 글이 제게는 정말 큰 의미입니다. 주저리 주저리 고민을 늘어놓고 누구에게 보여줄 수 없는 메모들만 끄적였었지, 마무리를 지어본 글은 처음이거든요. 이 과정에서 '좋일업방'이라는 수업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주세요. 객관적인 시선으로 여러분을 바라봐 줄 따뜻한 인연을 소개해드릴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