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간의 이야기
2023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올해도 많은 일이 있었어요.
조용히 일 년을 정리해 봅니다.
1월
사실 수술 날짜는 12월 31일이었지만 3박 4일을 입원하고 퇴원이 1월이었기에
1월의 가장 큰 일은 눈수술이었습니다.
21년간 그림 그리면서 이렇게 오래 그림을 그리지 않고
겨우 2주 정도였지만, 아무것도 안 한 기간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
그램퍼스와 함께하는 <맛트의 요정> 연재가 시작되었습니다.
2월
눈수술 한 달 진료를 받고 안정적인 결과를 받아 들고
진짜 오랜만에 바다를 보았습니다.
3월
저와 같은 시간을 지나온
20년 차 카페 뎀셀브즈와 협업으로 원두를 만들었습니다.
좋아하던 카페고 워낙 실력 있는 분들이라
3월 한 달 동안 봄 같은 원두를 마셨습니다.
4월
오랫동안 시골선산에 계셨던 아버지의 이장이 있었습니다.
더 평안해지시길.
5월
에드워드 호퍼의 전시를 보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더 깊게 해 볼 수 있었습니다.
6월
드디어 13번째 책 <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의 출간계약을 했습니다.
7월
출간을 위해 원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8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절에도 잘 피해 갔는데(외출을 거의 안 했으니)
결국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코로나 잔기침과 후유증도 거의 12월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C2w_WaE5_vg
원고 인쇄를 시작하는 날, 제 평생 보았던 무지개중 가장 크고 선명한 무지개를 만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에게 힘든 일이 생겼는데 잘 해결되리라 마음속으로 기도를 했습니다.
9월
13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20년 그림인생의 근속을 확인해 주는 것 같아 좀 울컥했습니다.
10월
어쩌다 보니 살아남아서 또 생일을 맞았습니다.
11월
한때 매일 가던 삼청동을 몇 년 만에 들렀습니다.
바뀐 곳도 많았지만
그대로인 카페와 우리가 좋아하던 나무도 그 자리 그대로 지키고 있어서 마음이 좋았습니다.
+
<맛트의 요정> 시즌1이 종료되었습니다.
2024년에 새로운 이야기를 할 계획입니다.
12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첫 증쇄를 하였습니다.
(현재진행형)
첫 증쇄와 함께 오프라인에서 뭔가 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중 건강이 좀 안 좋아지는 바람에
잠시 모두 미루어 두었습니다.
한동안 이 정도로 바빠지지는 않았는데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겹쳐서 그런지 조금 힘든 상황을 지나고 있는 중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좋아질 테니까요.
-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했지만
일 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매년 그렇듯 오르락내리락
추락과 상승을 반복하며 살아냈습니다.
올해 저의 가장 큰 단어는
'위로'였습니다.
'망해도 괜찮아'라고 위로해 주는 바깥양반 보라요정님과
매일같이 품 안에 올라 온기를 나눠주는 우리 고양이 오랑씨.
그리고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
제게 계속 힘을 불어넣어 주는, 제 그림과 글과 이야기를 봐주는 사람들의 위로.
2024년에는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계속 귀여운 것을 그리며
귀여운 얘기를 하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다정하고 귀여운 항해를 계속 해보고 싶습니다.
일 년 동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