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보내는 생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카톡이 쌓여있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연락 온 생일축하메시지로. 타지에서 보내는 기념일에 나름 로망이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나라에서 보내기, 새해맞이는 뉴욕에서 하기 등의 여러 로망 중 하나가 생일을 해외에서 보내보는 것이었다. 아침에 축하 메시지를 받을 때만 해도 올해 생일은 특별하다고 생각했는데.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는 엄마와의 짧은 통화를 마칠 즈음에 오늘 생일이니까 케이크라도 사서 먹고 뭐라도 하면서 즐겁게 보내라는 말을 들었는데, 생각해 보니 나는 내 생일 케이크를 한 번도 스스로 사 본 적이 없고 이곳에서는 이방인일 뿐인 내가 생일에 홀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어서 조금 슬펐다. 침대에 누워서 오늘 뭐 하면서 보람 있게 보낼지 생각해 봤는데 딱히 오늘은 하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없어서 무료하게 오전을 보냈다. 오후마저 이렇게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아 고딕 지구 근처에 치즈 케이크 맛집을 찾아가 케이크를 사서 내가 좋아하는 공원으로 가 햇빛을 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나는 사실 이방인으로 살아보는 지금 이 생활에 만족하고 있었다. 항상 울리던 업무 메신저와 쌓이는 메일들에 치여 아무도 나를 찾지도 않고 모르는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회사생활을 했었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크게 느끼는 성격도 아니어서 흡족하게 지내고 있었고. 하지만 메시지로만 전달되는 축하 인사와 혼자 먹는 케이크가, 오늘따라 아무 말도 안 하게 되는 무료한 일상이 갑자기 크게 와닿아 오늘은 좀 외롭다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공원에 가족, 친구들과 온 사람들은 왜 이렇게 많은지. 이 눈부시고 뜨거운 햇빛을 같이 보면 좋을 텐데. 한국에 있는 내 소중한 사람들이 보고 싶은 하루였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