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ddie Kim May 16. 2023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13

근교 여행하기 03.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된 히로나를 향해



이번 바르셀로나 여행에서는 근교를 최대한 많이 가보고 싶었다. 첫 바르셀로나 여행에서는 바르셀로나만 둘러보기도 벅찬 짧은 시간만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봐야 할지 찾아보던 중에 알게 된 히로나(Girona)는 중세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로 중세 시대의 구시가가 그대로 남아있는 매력적인 도시였다. 한때 내가 좋아했던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는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는 히로나가 궁금해져서 3번째 여행지로 정하게 되었다.


지로나 또는 히로나라고 불리는 이곳은 프랑스 국경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고 한다. 한때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그들의 유적지가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 중세 시대의 성벽이 여전히 존재하여 성벽을 따라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바르셀로나의 Passeig de Grácia 역에서   시간 반정도 걸리고 반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볼  있어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오냐르 (Riu Onyar) 사이에 두고 신시가와 구시가로 나뉘는데 다리 하나 사이에 두고 상반된 느낌을 주는 건물들이 나뉘어 있어 재밌다. 널찍한 신시가와 좁은 골목이 미로처럼 모여있는 구시가의 모습이 매력 있는 걸어 다니기 좋은 작은 도시다. 웬만하면 걸어 다니는 여행을 추구하는 편인데, 목적 없이 걸어 다니는 여행을  때면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에 집중할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여행 스타일에  맞는 도시라 기차를 타기 전부터 설레었다.


Girona 역에 도착했다
벽면에 예쁘고 특이한 그래피티가 잔뜩 그려진 다리
오냐르강 옆으로 암스테르담처럼 아기자기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히로나 대성당과 아랍 목욕탕

히로나의 신시가 모습은 깨끗하고 중세의 느낌이 전혀 없는 현대적인 곳이었다. 히로나 역이 신시가에 있어 오냐르 강과 구시가까지는 약 10~15분 정도 걸어가야 나오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맵을 켜고 오냐르 강 쪽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도중 어떤 차도 밑으로 지나가게 되었는데 덩굴과 그래피티로 꾸며져 있어서 걷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오냐르 강의 에펠 다리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찾아본 바로는 에펠탑의 설계자인 에펠이 만든 다리여서 에펠 다리라고 불린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에펠 다리는 멀리서 보는 게 예뻤던 것 같다. 구시가로 넘어와서 위쪽으로 쭉 걸어 올라가다 보면 대성당(Catedral de Girona)이 보인다. 14세기부터 짓기 시작한 이 대성당은 건물 파사드 양식과 내부 양식이 다르다고 한다. 정면은 바로크 양식, 내부는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고 이곳에는 천지창조 태피스트리가 보관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내부에 들어가 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다. 이곳이 바로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계단을 올라와서 아래를 내려볼 때 풍경이 예뻤다. 대성당을 뒤로 두고 오른쪽 길로 가다 보면 아랍 목욕탕(Banys Árabs)도 있는데 목욕탕이라고 하니 신기해서 들어가 봤다. 신기하고 돔처럼 생긴 온천이 예쁘긴 한데 사실 그게 끝이고 나머지는 그냥 "터"여서 돌밖에 없었다. 이곳도 왕좌의 게임에 짧게 나온 곳이고 당시의 온탕과 냉탕, 열탕의 원리를 잘 설명해 두어서 볼만하긴 했지만 정말 그게 끝이어서 당황스럽긴 했다.


왕좌의 게임에 나왔던 바로 거기, 히로나 대성당
대성당 정면의 디테일한 조각들
중세의 거리를 간직한 히로나의 구시가. 매끌거리는 돌바닥이 신기하다
오냐르 강 다리에서
천장이 돔처럼 되어있는 아랍 목욕탕. 위에서 내려오는 햇빛이 예쁘다
하늘보며 걷다 발견한 장식 인형. 무슨 의도일까


히로나 성벽 걷기

이곳저곳 살펴보며 걷다가 배고파서 전날에 예약해 둔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은 후 젤라또 하나를 들고 성벽길 산책에 올랐다. 별다른 정보 없이 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성벽을 오르는 길을 못 찾아서 여기저기 둘러보며 다녔는데 결국 찾아 올라간 길은 대성당 바로 옆 쪽 길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루트로도 갈 수 있는 것 같았다.) 대성당 계단을 올라와서 우측으로 가다가 앞을 보면 작은 터널 같은 골목이 보이는데 그 길로 가다 보면 공원이나 정원처럼 보이는 곳이 나온다. 그곳에서 바로 성벽으로 올라갈 수 있다. 사실 성벽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곳인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장소다. 성벽 위에서 바라보는 히로나의 구시가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이 날 되게 더웠는데 성벽을 올라가니 너무 시원했고 좁은 성벽길을 따라 걸으면서 사색에 잠길 수 있어서 즐거웠다. 성벽을 걷다 보면 펜션이나 별장 같은 곳들이 보이는데 거기서 정말 살아보고 싶었다.


이 통로로 들어가면 성벽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옆에서 바라보는 히로나 성벽
성벽을 걸으면 볼 수 있는 히로나 풍경


고즈넉한 옛날 거리겠거니 생각하고  히로나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중세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어서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좌의 게임의 배경이 되었는지 너무나 공감 가는 도시였고 이전에   시체스, 몬세라트와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어서 이번 기회에 오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정보 전달 목적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느낀 스쳐 지나가는 감정과 생각들을 아카이빙하는 지극히 사적이고 소소한 일상의 기록입니다. 당시에 느꼈던 모든 순간들이 시간이 지나면 바스러져 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만족으로 작성하는 여행기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바르셀로나에서 두 달 살기 #1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