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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y 01. 2024

[치앙마이 52일 차] 힘껏 감사함을 전하기

마음으로 통하다

 엊그제 자전거 뒷바퀴가 고장 나서 힘겹게 고쳤던 사실이 있다. 허나 임시방편이었기에 오르막길을 오를 때 역시나 바로 문제에 봉착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서 자전거 탓만 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솔직히 자전거가 너무 안 나간다.


 오전 수영강습 끝나고, 바로 자전거수리점으로 향했다. 자전거 뒷바퀴를 고치면서 매장을 살펴봤는데, 내 자전거 새 제품을 발견했다. 나름 태국 국민자전거였는 지도? 3,500밧(14만 원)이더라.


 앞바퀴를 고치는 덴 270밧인데, 뒷바퀴는 400밧이 들었다. 뒷바퀴가 무게를 많이 실기 때문에 더 튼튼한 재질의 바퀴여야 한다고. 자전거 고치면서 700밧(2만 8천 원) 들었는데 거의 새 자전거 살 가격인 게 웃프다.


 헌 자전거로 들어가서 거의 새 자전거로 만들고 나오는 길. 자전거가게 옆 노점상할머니를 만났다. 눈을 마주치니 “너어~ 또 왔구나” 이런 눈빛으로 반겨주셨다. 2일 전 임시조치할 수 있게 날 끌고 가 준 카리스마 그녀.


 감사하다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하며 인사를 드렸지만 마음이 뭔가 허전했다. 얼른 근처 세븐일레븐으로 달려갔다. 비타민음료 2병을 사서, 다시 할머니께 전했다. 그리곤 구글 번역기를 켰다. 지난번 도와주신 덕에 임시로 오토바이수리점 가서 고쳤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할머니가 내가 다시 찾아와서 마음을 전할 지 예상 못하셨는지 호들짝 놀라셨다. 이내 판매 중인 옥수수며, 고구마며, 토마토며 뭐든 주려고 하셨다. 마이 뺀 라이(괜찮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도 뭔갈 주고 싶으셨는지 가방에서 귤을 꺼내 건네주셨다. 오렌지 비타민음료를 드리고 귤로 돌려받다니 귀엽지 않나. 다시 돌아가서 힘껏 감사함을 전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타지에서 두 달이 다 돼 가는데도 이곳의 생활이 이토록 즐거운 이유는 소소한 일상 속에서 힘껏 감사함을 전할 일이 자주 생기기 때문이 아닐는지. 태국어로 말하는 컵 쿤 막막하(매우 감사하다)로는 감사함을 표현하긴 뭔가 막막하다. 두 손을 공손히 모은 후 눈빛까지 보내며 온몸으로 먹먹한 감사하는 전하는 삶. 그렇게 난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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