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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y 04. 2024

[치앙마이 55일 차] 소유주의 무게

또 고장 났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갑자기 왼쪽 자전거 페달이 데구루루 떨어졌다. 오 마이 갓. 페달이 분리된 건 난생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했다. 하지만 이미 자전거 바퀴 양쪽을 교체해 본 두 번의 경험이 있던 터. 곧장 단골 자전거수리점으로 향했다.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페달 부분에 양쪽 다리가 닿였고, 긁히고 자전거 까만 기름이 도배되어 좀 서글펐다. 땀을 뚝뚝 흘리며, 가게에 도착했다. 가게가 다행히 열려있다니 휴 살았다. 근데 수리해 주시는 아드님이 안 보이는 순간 쎄했다.


 안쪽에서 식사중이시던 아버지 사장님이 나오셨다. 오늘은 영업 끝났다고 월요일에 다시 오란다. 구글번역기를 켜서 태국어로 페달이 망가져서 자전거만 놓고 가면 안 되냐고 여쭤봤다. 그건 안된다고 월요일 일찍 다시 오라고만 반복하는 게 아닌가.


 사실 이번주 월요일에 뒷바퀴 고치러 갔다가 문이 안 열려있었다. 헛걸음했던 전적이 있어서 여쭤본 건데 너무 야속했다. 다시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갔다가 또 가게까지 끌고 오려면 이게 무슨 고생이람. 막막했다. 그렇지만 어쩌겠나. 내 자전거를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수리점이라 다시 오는 수밖에.


 주변 오토바이수리점에 가서 고칠 수 없냐고 물었다. 더 이상 못 고친다는 슬픈 대답. 페달이 떨어진 걸 보더니 아예 새 걸로 교체해야 한단다. 울며 겨자 먹기로 페달 없는 페달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면서 소유주의 무게를 무겁게 느꼈다.


 아이고. i go. 또 돈 들어가게 생겼네. 이거 완전 마이너스 발이네. 억울해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혼자 한국말로 궁시렁댔다. 여긴 태국이라 내 혼잣말을 알아들는 사람은 적었겠지.


 집에 돌아와서 페달 빠진 원인을 찾아보니 나사산이 갈려서 그런 거라 교체만이 답이더라. 치앙마이살이 세 달 동안 중고자전거 하나 산 값으로 대여하는 값보다 저렴하게 내 자전거로 즐겁게 탈 줄만 알았지. 구매한 비용만큼 꾸준히 수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소유주가 된다는 것은 원 플러스 원이다. 소유한다는 것뿐 아니라 고치고 관리하는 것까지 포함하니까.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며칠 전 바퀴 교체를 마지막으로 남은 한 달 동안 다시 자전거수리는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일. 덕분에 글 소재는 마를 일이 없어 기쁘다라고 원영적 사고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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