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쉼표
원래 지금쯤 지하철을 탔어야 한다. 수요일은 예외다. 재택근무날이기 때문. 사람으로 북적이는 복잡한 출근길을 잠시 잊는 날이랄까.
처음에 회사에서 재택근무제를 시행한다고 했을 때, 당연히 월요일이나 금요일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수요일이더라. 요일의 중간 지점. 덕분에 이틀 지하철 출퇴근하고 하루 쉬고, 다시 이틀 지하철 출근한다.
집에서 회사까지는 도어투 도어로 1시간 걸리는데. 그 과정을 수요일은 생략하는 셈. 왕복 2시간을 번다. 재택근무로 벌어둔 시간으로 집안일할 시간을 확보한다. 빨래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리고, 주변을 정리한다. 집을 임시사무실로 정비하는 준비시간이다.
예전 회사에선 주 5일 재택근무였는데, 작은 방 안에서 일하느라 답답했다. 지금은 회사근무를 주로 하고, 일주일의 중간인 하루만 재택근무하니 회사근무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만 적절히 해주더라. 반대로 재택근무할 때는 회사근무의 소중함도 느낀다. 옆에서 바로바로 대화하며 문제를 같이 고민할 동료와 회의실, 얼음 콸콸 나오는 정수기, 점심 뭐 먹지 행복하게 고민할 여유. 시시콜콜함이 얼마나 귀한건지 새삼 깨닫는 순간.
화요일 퇴근길은 마치 금요일의 퇴근길 같다. 주말을 두 번 맞이하는 기분이랄까. 재택근무하는 요일 하나의 차이로도 하루를 바꿀 수 있다니. 그런 의미에서 재택근무일이 수요일인 건 굉장히 맘에 든다. 일주일의 일상 속 적당한 쉼표를 갖도록 수요일 재택근무 하는 회사가 많아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