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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Apr 23. 2024

못마땅한 말

쉽지 않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대충 넘어가는 일이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예민하게 느끼며 거슬리는 게 있다. 누구든 특별히 거슬리는 것이 있을 텐데 나는 그런 것을 좀 더 잘 포착하는 편인 것 같다. 


 티브이나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말할 때나,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면 '쉽지 않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는 이 말이 별로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쉬운 일이 없는데 쉬운 일만 하려는 건가? 그럼 아무것도 못하겠네. 쉬운 일만 찾아다니면서 편하게 살고 부자도 되고 남들에게 인정도 받고 싶다는 거지.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이 말이 거슬리나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쉬운 일만 찾아다녔던 것이다. 나에게 편하고 안전한 일만 찾아다니며 원하는 것도 이루지 못하고 대충 살아온 것 같아서 그 말이 특별히 나에게 거슬리는 거였다.  


 나는 인정욕구가 강하면서 또 힘든 것은 싫어서 그럭저럭 '할 만한' 일만 찾아다녔다. 나는 서울로 대학을 다니고 싶었는데 엄마의 회유로 지방에 있는 교대를 다니며 집에 눌러앉았다. 나는 한 번도 교대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교대 가면 얼마나 편한데', '여자 직업으로 교사가 얼마나 좋은데' 이런 말을 들으며 '역시 인생은 편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실제 직업으로서 교사는 전혀 편하지 않다. 박봉이며 업무도 많고 각종 민원에 시달려야 한다. 요즘 기사에 교사가 학생에게 흉기로 위협당하고 학부모에게 협박당하는 일이 나오는데 기사에 나오는 게 이 정도면 실제는 더하다는 말이다. 내 엄마 시대에는 편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당시 친구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얼마나 좋아! 선생님 되면 편하잖아'. 다시 말하지만 교사, 절대 편하지 않다.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박봉과 과중한 업무, 각종민원에 시달린다고 다시 강조한다. 


 직장에 다니며 월급을 받고 사회의 일원으로 경제활동을 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나는 잘 몰랐다. 경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몇 년 전부터 경제 관련 책과 라디오 방송 같은 것을 살살 접하기 시작했다. 그때 투자를 시작해야 했는데... 전 국민이 다 하는 후회를 나도 지금 하고 있다. 나는 과거에 대한 집착이 심해서 그 후회도 아주 심하게 하고 있다. 내가 그때도 쉬운 선택을 했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후회하고 있다. 


 돈을 벌고 싶으면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를 하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으면 부모님이 반대해도 설득하고 설득이 안 되면 내가 어떻게든 부딪혀서 이겨내야 했다. 그런데 나는 실패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에 안전한 일,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일만 하면서 내 욕망을 애써 무시하며 살아왔다. '그거 쉽지 않아', '그건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들이 하는 거야', '그거 경쟁률 엄청 쎄', '그거 돈 잃는 사람 엄청 많아', '그거 힘들어, 안돼' 주변에서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 힘들지, 안될 거야', '쉽지 않아'하면서 겁부터 먹고 포기했다. 포기하니 몸은 편한데 마음이 안 편하다. 


 내 안에 있는 욕망을 무시한 채 실패하는 게 두려워서 도전하지 않고 쉬운 일만 찾아다녔다. 그렇게 남는 것은 극심한 후회였다. 이제는 쉬운 일만 찾아다니지 않으려고 한다. 아이가 발레를 하고 싶다고 하면 일단은 서포트해줄 거고 부자가 되고 싶으니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것이다. '쉽지 않다'며 피해다닌 일들이 지금 돌아보니 모두 기회였다.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며 후회하느니 지금 그 쉽지 않은 길로 가야 한다. 


 아, 주변에서 내가 뭔가를 한다고 하면 '그건 쉽지 않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내가 그 어려운 일을 해낼까 봐 벌써부터 질투가 나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무시하는 것이다. '네가 그걸 한다고? 그래 잘~해봐라', 하면서. 그걸 좀 늦게 깨달았다. 그러니 주변에서 그런 말을 하면 가볍게 흘려들으면 된다. 



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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