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꽃 May 03. 2024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부모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일단 분명히 아닌 사람부터 쳐내자면 친구와 주변 지인들이 있다. 그들은 내가 잘될까 봐 불안해한다. 내가 뭔가 하고 싶다고 하면 '그거 쉽지 않아', '사기당해', '망하는 사람 많이 봤어'라면서 '걱정'부터 해준다. 사실은 걱정을 가장한 두려움과 불안함이다. 겉으로 파이팅을 외쳐준다면 속으로는 '네가 되겠냐'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느냐고?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나도 친구나 주변 지인이 잘 될까 봐, 나만 혼자 뒤처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남편은 잘 모르겠다. 남편과 나는 공동경제운명체니까 잘 되기를 바랄 것 같은데 그렇게 팍팍 밀어주지는 않는다. 부모님과 친구사이 어느 곳엔가 있는 것 같다. 그럼 부모님은 어떨까. 세상에서 내가 잘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나마 부모님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마음도 순수하거나 완전한 것은 아니다. 세상에 완전한 것이 있겠냐만은.  


 기본적으로 부모는 자식을 걱정하고 잘되길 바란다. 아플까 봐 걱정하고 자식이 잘되면 내 일처럼 기뻐한다. 

하지만 부모는 자식이 '적당히' 잘 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그 자식이 딸이라면. 아들은 이름도 센 어감에다 큰 의미를 넣어 짓는다. '대성', '태성', '휘준', '민혁'. 여자아이 이름은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짓는다.'승희', '정희', '정은', '지연' 등.  여기서 나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나도 딸 셋의 이름을 그런 식으로 지었다. 


 나의 부모님은 매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자식 셋을 부족함 없이 키우셨다. 부자는 아니었지만 경제적으로 부족하지 않았다. 아빠는 빨래, 청소 등 집안일도 열심히 하셨고, 늦은 밤 하교할 때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나와 언니를 태우러 와주셨다. 더운 여름에도 교복을 반듯하게 다려주셨다. 엄마는 본인도 출근해야 하는 바쁜 아침에 도시락을 서너갯씩 정성껏 싸주셨다. 용돈도 부족하지 않게 주셔서 내가 부잣집 딸인 줄 아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부모님이지만 딸과 아들에게는 조금 달랐던 것 같다. 대학을 진학할 때 조금 다른 기준이 적용되는 것같았다. 나는 삼수를 했고 나의 남동생은 재수를 해서 같은 해에 대학에 갔다. 삼수를 한 게 잘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남동생보다 점수가 훨씬 좋았다. 그런데 남동생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보내주셨고 나는 내가 살던 지역의 교대를 가라고 하셨다. 나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말이다. 삼수한 것도 죄송하고(사실은 삼수하면서 연애까지 해서) 교대는 어디나 같다고 하시니(사실 다 같지는 않은 것 같다) 부모님 말씀에 따랐다.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니 부모님은 딸인 나는 적당히 교대에 가서 시집 잘 가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아들은 비록 딸보다 공부를 잘하지는 못해도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서 '큰 일' 또는 '전문직'을 가지기를 원하셨던 것 같다. 딸은 적당히 잘났으면 좋겠고 아들은 크게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주신 거다. 당신들이 의식하지도 못했고, 특별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차별적인 인식을 가지고 계셨던 거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면, 부모라도 자식이 순수하게 잘 되기를 원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자신들의 뜻대로 자식들이 살아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자식이 원하는 것을 하며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를 원한다기보다는 너무 튀지 않고, 사회에 순응하며, 남들 사는 데로 살기를 바란다. 부모의 마음이 편하도록, 부모의 기준에 맞춰 자식이 그렇게 살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니 부모의 말을 꼭 들을 필요는 없다. 당신이 누군가의 자식이라면 부모의 말은 참고만 하자. 나는 자식으로서 그런 입장을 취하기에는 많이 늦었지만 내 딸들이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기를 바란다. 비록 그로 인해 내가 속이 터지고 열불이 난다 해도 아주 조금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을 거라 믿는다.


22년 11월



작가의 이전글 모던하트_정아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