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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꽃 Apr 27. 2024

비교하지 말고 네가 준비한 데로 해

비교는 나의 힘

"땡글아 남들이 잘하든 말든 그냥 네가 준비한 데로 최선을 다 해. 그럼 된 거야"

라고 말해놓고 나는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괴로워한다. 


 지난주 주말에 첫째가 2개의 발레 콩쿠르에 나갔다. 올해 첫 콩쿠르이고 작품 시작한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나는 그랬는데 아이는 아니었다. 욕심이 많아서 뭐든 잘하고 싶어 했다.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은 해도 사실 누구나 이왕 나가는 거 잘하고 싶어 한다.  


 땡글이는 작년에 나갔던 콩쿠르에서도 자기보다 앞 순서인 아이들이 자기보다 잘하는 것 같아 더 긴장됐고, 그래서 무대에서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에도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 나는 꼭 상을 받아야 한다, 남들이 나보다 잘하면 어떡하지? 하면서 긴장했다. 당연한 거다. 나는 그런 아이에게 교과서 같은 말을 해준다. "남 신경 쓰지 말고 네가 연습한 데로 최선을 다해. 그럼 진짜 잘할 수 있어." 뻔한 말이지만 사실 이게 맞다. 


 아이가 자신을 남과 비교하고 그래서 더 긴장하고 그래서 또 연습한 데로 하지 못하면 속이 참 답답하다. '남들이 무슨 상관이야, 내 실력이 여기까지인 것을 인정하고 연습한 데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지'라고 아이에게 말하지만 사실은 내가 더 심하게 나를 타인과 비교한다. 땡글이에게 말은 참 그럴듯하게 해 놓고 나는 나와 남을 비교하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예전에는 키 큰 친구(나는 키가 작기 때문에 거의 모두가 질투의 대상), 예쁜 친구(아니, 세상에 이런 사람은 너무 많은데), 피부가 뽀얀 친구, 공부 잘하는 사람, 영어 잘하는 사람, 부자 남자랑 결혼한 친구를 질투했었다. 내가 가지고 싶은 데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질투하고 스스로 비교했다. 심지어 나는 애가 둘인데 친구가 셋째를 임신한다면 그것조차 질투가 났었다. 쓰고 보니 정말 무지막지한 질투다. 생각해 보니 나는 거의 모든 것을 다 질투하며 살았던 것 같다. 

 

 요즘은 자산을 많이 불린 사람들, 지난 주식과 부동산 상승장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 질투가 나서 못 견디겠다. 2017~2019년쯤에는 나와 자산이 비슷했던 사람들이 2020년을 기점으로 나보다 훨씬 앞서 가게 되었다. 여기서 비교가 시작된다. '난 그때 뭐 했나', '나도 그때 주식했는데 나는 왜 저들처럼 못 벌었어?!', '나도 부동산 있었는데 우리 집은 왜 조금 올랐어?!'라는 비교와 자책이 이어진다. 남이 잘 되는 꼴이 보기 싫어서 옆에 있는 남편을 원망하기도 한다. 당신은 그때 뭐 했냐고. 최악이다. 


  이런 내가 남과 비교하며 자신의 무대에 집중하지 못하는 딸아이를 바라본다. 남이사 뭘 하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은 경험을 해보았다. 그래서 비교라는 것이 얼마나 시간낭비, 감정 낭비, 에너지 낭비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나부터 잘하자. 남이 돈을 얼마나 벌었든 배 아파하면 나만 손해다. 그들이 얼마나 노력하고 준비되어 있었는지는 모르고 결과만 보고 부러워하다니. 참 답답한 노릇 아닌가. 그 과정을 알고 나도 그들처럼 하면 되는 것이다. 남한테 듣기 좋은 말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다행히 예전처럼 한 사람을 타깃으로 정해서 오랫동안 비교하고 괴로워하는 것의 강도와 빈도가 많이 떨어졌다. 비교대상이 자주 옮겨가고 비교주기가 짧아졌다. 바쁘게 사는 덕분에 질투 사이사이에 질투 대상을 잊어버리고 산다.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면서 나도 좀 변한 것이다. 그래도 비교를 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늘은 이 사람, 내일은 저 사람과 비교하며 그 두 사람을 또 서로 비교한다. 참 대단한 비교 스킬이다. 그런데 그렇게 나의 비교대상끼리 비교하면서 얻은 깨달음이 있다. 


 A는 자산이 50억이고 B는 자산이 100억이니까 B가 더 잘 살아온 것인가? 그건 아니다. 둘 다 잘 살아왔고 멋있다. 자산이 50억이나 차이가 나지만 B가 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럼 여기서 다시 A와 B와 나, 셋을 비교한다. 그럼 내가 그들보다 자산이 훨씬 적으니까 내가 못 살아온 것인가? 그것도 아니다. 다르게 살아온 것뿐이다. 내가 그들보다 부자가 아닌 것은 투자를 했지만 그들보다 노력이 부족하고 덜 준비되어 있었던 거다. 그걸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내가 투자를 안 한 것도 아니다. 안 한 사람보다는 낫다. 


 딸아이가 나처럼 질투의 화신이 되어 살아간다면 그건 너무 끔찍하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내가 먼저 멈추어야 한다. 각자 사는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 안다면, 내가 부족했던 것을 인정하고 지금 노력하고 있다면, 그들의 노력과 나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게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더 멋있어지면 된다. 안 될 이유가 없다.  인간이라면 나와 남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비교하는 나를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다. 오늘은 조금만 질투하고 남은 시간과 에너지를 나를 위해서 쓸 것이다. 그래야 땡글이가 나처럼 자신을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라도 비교는 잠깐만 하고 나도 내 할 일에 집중하겠다.  


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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