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꽃 Apr 20. 2024

나처럼 하면 안 된다는 주식 이야기 2

호텔신라와 재무제표 강의 

 호텔을 좋아한다. 호텔에서 받는 서비스, 정돈되고 깨끗한 시설, 조용함이 좋고 무엇보다 집안일을 안 해서 좋다. 안타까운 사실은 나는 호텔에 자주 가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첫째, 비싸기 때문에. 두 번째 이유는 아이들과 함께 가면 오히려 집보다 더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들 시중을 들어야 하는데 세탁기, 냉장고, 식세기 등과 같은 물건을 집에서처럼 편하게 쓸 수 없다. 그래서 호텔은 혼자 가거나 남편 하고만 가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다. 그래도 호텔이 좋다. 큰 호텔에 가면 대접받는 기분이고 작은 호텔은 사부작 거리며 조용히 쉴 수 있어서 좋다. 


 아까 호텔을 좋아한다면서 자주 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를 좀 더 부연 설명해 보겠다. 나는 호텔에서 돈 쓰는 게 아까운 사람이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아무튼 그렇다. 호텔의 분위기와 서비스를 좋아하지만 돈은 쓰지 싫다. 가족끼리 여행 가서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자야 할 때, 육아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약간 미친 상태에서 집을 뛰쳐나올 때 호텔에 간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혼자 여행 가는 상상을 할 때 호텔을 이용한다. 사실 나는 호텔에서 돈을 쓰기보다는 호텔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산 종목이 바로 '호텔신라'이다. 호텔신라에 가봤냐고? 한 번도 안 가봤다. SNS에서 사람들이 다녀온 후기로 올린 사진으로만 보았다. 후기와 사진을 보면서 '역시 클래식하고 멋있는 호텔이야'라고 생각한다. 다른 좋은 호텔도 많지만 신라호텔은 돈으로만 치장한 곳은 아니라는 느낌을 준다. 정작 한 번 가보지도 않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또 다른 이유는 돈 많은 언니 이부진 님이 사장이라는 것이다. 이부진 님에 대해 모르지만 겉으로 보이는 아름답고 겸손해 보이는 외모가 일단 매력적이다(이런 것을 '후광효과 오류'라고 한다). 그렇게 부자인데 명품백을 5천만 원어치 정도밖에 안 가지고 계신다고 한다(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부자인데 수수하고 예쁘면서 외모에 신경 쓰지 않으며 일에만 매진하는 이미지. 이렇게 호텔 대표의 이미지에 끌려 호텔신라 주식을 매수하였다. 


 결론적으로 호텔신라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호텔신라를 투자했던 약 2,3년의 전 기간에 걸쳐서 말이다. 많이는 아니고 우리 가족 2박 3일 럭셔리한 여행 다녀올 정도다.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주식을 하면서 호텔신라 주식을 서너 번 사고팔았다. 그러면서 돈을 벌었으며 아직도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호텔신라는 여러 가지로 나에게 의미 있는 종목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매수매도 과정에서 나의 주식투자 방법에 있어 변곡점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2019년부터 나는 주식에 완전히 빠져서 독서모임에 가서도, 친구들을 만날 때도 주식 이야기에 열을 올렸다. 심지어 직장에서 연수를 가서 자기소개를 할 때도 요즘 주식이 너무 재밌다는 말을 했다. 많이 벌었다기보다는 이렇게 돈을 버는 게 신기했고 몇만 원이라도 벌면 신났던 시기였다. 호텔신라로 외식비 정도를 번 후에 여전히 호텔신라가 좋아서 또 매수를 했다. 이번에는 그전보다 더 많이 샀다. 조금 사서 외식비밖에 못 벌었으니 이번에는 여행 갈 만한 돈을 벌어보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속 떨어졌고 오랫동안 횡보했다. 몇 달 동안. 주식이 몇 달 동안 떨어지면 '본전만 되면 팔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연결된다. 몇 달을 기다렸고 드디어 본전에 다다랐다. 또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 다 팔아버렸다. '다행이다, 손해는 안 봤잖아'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그게 아니었다. 수수료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주식 가격과 매수 가격이 딱 맞은 상태에서 팔아버리니 수수료를 낸 후 오히려 마이너스였던 것이다. 나는 그때 수수료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바보였다(여전히 그렇다). 더 바보 같은 것은 내가 팔고 나니 더 올랐다. 며칠, 겨우 며칠만 기다렸다면 내가 바랬던 우리 가족 여행비용을 벌었을 것이다. 


 너무 괴로웠다. 왜 내가 팔면 오르지? 왜 며칠을 기다리지 못하지? 천 원이라도 이익을 내지 못하고 수수료까지 떼이고 마이너스가 되다니... 내가 잘못하는 게 뭐지? 그때부터 뭔가 달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돈을 잃는 것, 내가 팔고 나니 급등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비슷한 실수가 몇 번 더 있었다. 본전 오면 팔지 않아서 더 떨어지는 주식도 있었다). 달라져야 했고 공부해야 했다. 당시에 삼프로를 열심히 듣고 있었는데 삼프로에서 추천하는 사경인 회계사의 재무제표 강의를 신청했다(요즘에는 삼프로를 안 듣는다. 그 이유는 차차 설명하기로 하겠다).


 강의는 초급, 중급, 고급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당연히 초급을 신청했다. 필기도 하고 모르는 것은 찾아보기도 하며 끝까지 열심히 들었지만 반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반이라도 이해했다면 다행이다. 안 들은 것보다 훨씬 나았지만 너무 어려웠다. 초급이 이렇게 어려운데 중급, 고급은 도대체 뭘 배우는 거야? 그리고 저 회계사는 돈을 얼마나 번 거야? 아이고 배야... 이렇게 좌절하며 조금씩 배웠다. per, pbr 등 재무제표 기초 용어나 종목을 발굴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매수 매도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강의를 듣기 시작하며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른 상태에서 아주 무식하고도 용감하게 주식을 해왔다는 것을 알았다. 가슴이 철렁했다. 투자한 돈을 전부 말아먹지 않은 것은 하늘이 도와서였다. '야, 너 애 셋인데 불쌍해서 봐준다' 이런 게 아니었을까. 이때부터 주식과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하고 실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유튜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다. 주식은 정말 똑똑한 사람들 또는 정신력이 아주 강한 사람들이 하는 것 같았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만이 돈을 버는 시장이었다. 




주식 공부 내용을 쓴 노트 
2016년부터 열심히 쓰긴 썼네


22년 4월

작가의 이전글 돈 안 쓰는 게 즐거운 사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