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아주 칭찬해
이 책 역시 이건 읽어보고 반납하라고 둘째가 추천한 책.
추천해 준지 꽤 오래되었는데, 아마 한 달은 읽기를 미뤘던 것 같다. 아니, 이렇게 재밌는 책을 왜 그동안 안 읽었을까? 처음 세 쪽 정도 읽어보고 '이거 재미없는 것 같은데' 하면서 덮어두었었다. 그래도 둘째가 추천해 준 책이니 조금이라도 읽고 반납하려고 책을 다시 잡았다. 오? 그런데 재밌네. 너무 재밌어서 한 번에 쭉 읽었다. 어린이 책이라 분량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그게 아쉬울 정도. 이 책을 추천해 준 둘째에게 "너, 아주 칭찬해~"라고 말해주었다.
주인공 페티카는 길거리에서 떠도는 거지 아이다. 시장에서 남의 물건 훔쳐 도망가고 거짓말도 아주 잘한다. 책 중반까지 페티카가 거짓말을 너무 잘해서 얘는 왜 이러냐고 훈계하며 페티카를 싫어했다. 책을 다 읽고도 페티카가 좋아진 건 아니지만 그나마 애가 달라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을 찾아 훑어보았다. 이 책의 배경이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 시절인 것 같아서다. 덕분에 레닌, 트로츠키에 이어 스탈린까지 굵은 줄기를 따라갈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러시아 일반 국민들도 참 살기 힘들었겠다.
페티카는 시장에서 달걀빵 하나를 훔치고 시장 사람들에게 잡혀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게 된다. 거기서 옆 방에 있는 술 취한 아저씨의 금시계를 가지게 된다. 뺏는 거 반, 얻는 거 반 식으로. 그 금시계로 옷도 사고 먹을 것도 살 계획에 들뜨게 된다. 그런데 경찰서에서는 페티카를 보육원에 보낸다. 페티카는 보육원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금시계를 팔아 돈이 생기면 자유롭게 살 작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 법. 예정에 없던 보육원에 들어가면서 일이 꼬이게 된다. 보육원에 가는 길에서부터. 그 당시에는 페티카 입장에서 일이 꼬인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 큰 그림에서 봤을 때는 보육원에 들어간 것이 페티카에게 훨씬 좋은 일이었다. 다시 한번, 역시 인생 새옹지마.
길거리에서 남의 물건 훔치고 쫄쫄 굶고 길거리 아무 데서나 잤는데 보육원에서는 깨끗하고 따뜻한 곳에서 잘 수 있었다. 먹을 거 걱정 안 해도 되고 그러니 도둑질을 안 해도 된다. 그런데 페티카는 계속해서 보육원을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왜 자꾸 도망가려고 하는지 이 부분은 이해불가다. 어쨌든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진리에 의해 페티카는 보육원에서 계속 살게 된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금시계는 주인을 찾아간다. 간접적으로. 그리고 페티카는 갱생한다. 마지막이 뻔한 이야기 같지만 나름의 해피엔딩이어서 좋았다.
나는 영화나 소설도 범인을 찾거나 반전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책에는 그런 요소가 있다. 나처럼 반전과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이다.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읽어주면 시간도 잘 갈 것이다. 놀아달라고 할 때 "책 읽어줄까?" 하면서 꺼내면 좋을 책.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 95% 확신이 드는 책, 한 번 읽어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