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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동 May 09. 2022

하루를 행복하기 위해

364일의 고군분투기

눈을 감고 명상하다 보면 가장 먼저 내가 구축해 놓은 마인드 팰리스에 입장한다. 지난 기억을 저장하고 상상을 분리해두고 지나쳐가며 봐왔던 상징물들을 머릿속에서 되새김질하며 구경하다 문득, 행복한 기억을 어디에 모아두어야 할까 고민하게 된다. 나의 마인드 팰리스는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의 기억을 일단(?) 점차적으로 쌓아두었는데 복기 중에는 금방금방 떠오르지는 않는다.


어쨌든 커피 한 잔 하면서 우울한 기분을 달래려 기억 속에서 행복의 날들을 한 번씩 꺼내어 느껴본다.


학창 시절 놀러 갔던 수련회에서 귀신 역할을 맡아 동생들을 놀라게 하며 키득대고, 어린시절의 친구들끼리 자체적으로 담력 시험을 하자며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흩날리는 깃발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식은땀나게 도망치던 순간.   

운동회에서 사물놀이패로 참여해서 신나게 휘모리장단을 맞춰가며 빵 터지고, 학교 축제에 추억을 남긴다는 생각으로 댄스부를 만들고 동기 후배들과 안무를 맞춰 무대에 올라가기도 하고, 젊은 객기와 무식함으로 기록해놓은 무수히 많은 대학 시절의 흑역사, 즐거웠던 이야기들..


그러다 문득, 최근의 행복은 언제일까 그려보게 된다.


오랜 기억을 지나 최근 건축(?)하는 방을 살펴보면 빈 공간이 많다. 차곡차곡 기억을 쌓아두고 정리해두지 않아 의도치 않게 남겨놓은 결과인데,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고 자책해가며 억지로 기억을 더듬어가며 동료들과 뷔페에서 회식하며 초밥으로 콧등 치기 하듯 빠르게 흡입하는 모습을 보며 웃던 순간. 전시회를 위해 문답지를 만들고 스펙을 외우며 외국인의 질문에 식은땀 흘려가면서 성과를 만들고 싶어 노력하던 순간. 화목한 분기 발표를 위해 한 레스토랑을 빌려 빔으로 성과 발표를 진행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음식점의 장면을 떠올린다.


아마 그 순간들을 위해 나는 오늘 하루도 허리디스크들을 닳아가며, 무한 커피수혈을 받아가면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느 동기부여 유튜버가 말했다.



오늘부터 364일이 불행할 것이다. 하지만 365일째 되는 날, 온종일의 충만한 행복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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