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나요?'
'없습니다.'
'아.. 네..'
몇일전부터 23년 초에 방영했던 '대행사' 드라마를 다시 보면서 무엇인가를 기획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겠다.' 는 생각과 동시에 언뜻, 참으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을 쪽집게처럼, 일타강사 처럼 짚어내서 이미지메이킹을 시키는 것이 기획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단편적인 시점을 본 것일지, 혹은 숨겨져있던 포인트일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를 위한 공감'인가를 생각해봐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 글을 적어 봅니다.
많은 기획은 보통 공감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설득으로 이어지고, 합리적이고 이치에 맞으며 기승전결의 흐름이 분명하고 그것에 대해 사람들이 공감한다면 기획이 실행될 수 있는 상태로 바뀌게 됩니다. 근데, 이 기획이 '통과' 되려면 그 '어떤 것'을 해결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을 보통은 클라이언트, 광고주, 의뢰인으로 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내놓으면서 그 '어떤 것' 을 해결할 실마리와 전략을 설명하는 기획이 성립되게 됩니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기획은 세세한 수행계획 이전에 그 '어떤 것' 이 속해힜는 산업 동향, 사회적인 위치, 적용범위(Scope), 활용되어야할 사람과 자금, 미치게될 영향과 기대효과, 기대하는 결과 등을 정의하게 되는데 이들을 이끌어 가는 모든 것은 '공감' 과 '설득'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은 '공감' 과 '설득' 으로 설명이 가능해야 기획이 실행됩니다.
듣고 있는 사람에게 머릿속으로 상상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보고있는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자료와 근거를 내세워주면서 동시에 희망적이거나 드라마틱한 결과를 위한 시작의 한 걸음인양 포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풍부한 표현으로 지루하지 않게 하면서 동시에 논리적인 것과 감성적, 의외의 조합 등을 통해 그들을 현실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줘야 합니다. 정말정말 나열하기만 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기획에 모든 것을 걸고 집중합니다. 그만큼 이끌어 가는 것의 매력은 놓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런데 지극히 정상적이고, 성실하고 정직한 면을 보고 있다보면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함께 하게 됩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드라마틱한 현실은 이렇게 깔끔하지 않겠죠. 오늘 생각해보려고 했던 '누구를 위한 공감'인가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진짜 현실은 참 어렵고 힘들고 통수의 통수를 치고 받는 많은 상황이 더 많습니다. 문득 생각나는 한 예시로, 어느날 후배와 식사자리를 하고 있는데 후배가 헀던 말들이 생각이 납니다.
'지금까지는 실력이 있어서 그걸로 밀고 나가면 다 될 줄 알았어요. 그게 아니더라구요. 예전에 선배가 했던말 기억하세요? 지금은 알아도 모르는 척, 보여도 안보이는 척, 들려도 못들은 척 하라고 했던 조언이요. 그거 지금 잘 써먹고 있었어요. 이제부터는 반대로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그 후배는 파트장이었고, 다른 파트들, 부서들, 임직원들과 논의하며 디렉팅을 해야할 상황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진짜 회사생활을 하기 시작한 것인데, 그동안 저장해두었던 모든 것들을 이용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공감' 하게 만들고 '설득' 하면서 한 팔을 내주기도 하고, 하나를 쟁취하기도 하는 소위말하는 이른바 '파워게임', '사내정치' 를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자리까지 올라가게 된 것입니다. 현실 직장인이 된 것이겠죠.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능력있는 사람이 많은 이들을 '설득' 시키며 '공감'을 일으키는 영웅같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겠지만, 현실에서는 그것만 갖고는 절대 할 수 없다는 사실. 그 속에서 치열하게 지내다 보면 '누구를 위한 공감과 설득'인지 그 주체가 없고 최종소비자가 없는 불필요한 전쟁을 치르는 것. 드라마 '대행사' 에서도 이런 점을 가미시켜 캐릭터들 묘사를 인간적인면도 부여하면서도 사회적 지위를 쟁취하는 야심있는 이들을 이용해 잘 표현해낸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말이 안되는 드라마적인 요소들이 많지만,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치열하게 다투는 현실적으로 반영한 것에 저는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설득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