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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Jan 28. 2024

예쁜 말

언제든 너를 응원해.

일전에 OO대학원 과사에 문의 전화를 넣었을 때 담당자의 신경질적인 대답 그리고 묻지도 않은 부분에 대해서 쉼 없이 말하는 통에 학교 이미지까지 나빠진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매번 같은 질문에 답변해서겠지만 다짜고짜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별로였다. 6개월 즘 뒤 다시 그 과사에 전화를 걸려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푹푹 나왔다.


해외대학 졸업자이기에 준비해야 하는 서류도 복잡하던 차에 아침부터 신경질적인 사람에게 중요한 정보를 들어야 하는 입장이니 스트레스가 덤이었다.


두두두 신호음이 가고 상냥한 과사 직원분이 전화를 받으셨다. 담당자가 휴가를 가서 대신 질의응답해 신 분이었다. 하나하나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고 감사한 마음에 대답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직원분이 웃으며”그럼 24년도 후기에 뵙겠습니다.”라고 답을 해 주셨다.


합격이라도 한 것처럼 기분 좋은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학원 수업 중간에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계속 틱틱대더니 갑자기 왈칵 울었다. 본인이 원해서 2년 터울 형들과 1년째 수업하던 친구였는데 점차 어려운 영어 수업에 버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어쨌든 잘 다독이고 해결방법도 제시해 주고 수업을 마쳤다. “그러니까 짜증 내지 말고 네 마음을 표현해야 선생님이 오해를 안 하고 해결방법을 찾아주지.” 학생이 벌게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몇 달 전에 들어온 한 초5 남학생은 학원 강사의 독설에 1년 동안 시달리다 지금 학원으로 옮겼다. 초반에 낯을 가리는지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있더니 몇 개월이 지나고 집에 가면서 같은 반 학생들에게 장난을 치며 하원한다.


퇴근하고 정갈한 한식이 먹고 싶기도 하고 교보에 책 몇 권을 구입하러 백화점 푸드코트에 갔다. 이 백화점 출입문은 유독 무거워서 두 손으로 힘껏 밀어도 내 몸이 밀리는 기분이 든다. 아 저 문을 또 열어야 하는데 또 안 열릴 텐데. 문 열 생각을 하자 또 지레 그 무거움이 미리 느껴졌다. 그런데 앞서 가던 키 큰 남성분이 문을 열고 들어가며 내가 들어올 때까지 두 번을 계속 잡아줬다. 무언으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하루 동안 오고 가는 예쁜 말과 배려로 인생은 살만하구나를 느꼈다.


어려서부터 아빠는 독설을 잘하시고 엄마는 언제나 피곤하고 우울한 얼굴로 있으셨다. 최근에 아빠에게 독설을 듣고 일주일 동안 아빠를 차단했다. 이미 남동생에게  년동안 차단당한 상태라  많은  느끼셨던지 오랜만에  가족모임에서 아빠는 나와 남동생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대하셨다.


모순적이게도 나는 학원 학생들과 잘 지내고 조카들은 사랑과 웃음이 많다. 우리 형제들은 너무 아팠기에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남동생은 올케와 딸이 주는 사랑이 정말 커서 같이 있으면 안정된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하루에 예쁜 말과 행동 두 번에 내 하루가 행복한데 예쁜 말을 하는 사람들을 곁에 둔다면 인생이 달라지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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