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와 형광등

내 공간 속 조명 2

by 고현실

현장 시공에 필요한 DAC 컨버터를 유튜브로 검색하다가 방송인 홍진경 씨가 당면으로 요리를 하는 장면이 궁금해져 리모컨 버튼을 누르게 되었다. 영상은 요 근래 결혼한 부부가 초대되어 식사를 하고 있는 내용이었고 그들의 결혼 과정 스토리를 나누던 중 형광등 조명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어 오늘은 조명의 색온도에 대한 내용을 안내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데이트 이슈는 아주 간단하다. 연애 초기에 남성이 데이트 코스로 준비한 첫 식사 장소가 형광등이 달린 대낮같이 밝은 칼국수집이었다는 것이다.

분위기 좋은 장소도 많았을 터인데 하필 파란 불빛의 밝은 형광등 아래에서 국물에 담긴 면요리와 김치로 식사를 하게 되다니. 그날의 분위기와 실망감을 생각하니 안타까운 웃음이 났다.


조명에는 색온도(Correlated Color Temperature)라는 전구의 색 표현 방식이 있다. 저녁에 산책을 위해 한강변으로 나가보면 건물의 노랗고 하얀 조명 불 빛들이 강물과 어우러져 야경을 이루고 있는데 그 다양한 색상들이 조명의 색온도이다.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 (Millennium Park)

출처. RevolveLED


색온도가 낮을수록 따뜻한 노란색을 띠고 높은 색온도일수록 차갑고 흰 색상을 보인다.

시중에 판매되는 전구의 색온도는 2700K 에서 6500K 사이인데 영상에서 소개된 칼국수집 형광등 색온도를 추정해 보자면 6500K 정도의 높은 색온도로 구성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색온도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는 개인적 편차가 매우 크지만 여러 아티클의 조명 실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여성은 남성보다 낮은 조도를 선호하고 또한 낮은 색온도(따뜻한)를 선호한다고 조사되었다.


사람들은 조명의 색온도가 약 3000K 이하일 경우 '따뜻한 느낌'을 경험하고 5000K 이상일 경우 '차가운 느낌'을 경험한다고 보고 되었으며 따뜻한 색온도는 긍정적 기분을 향상하고 차가운 색온도는 부정적 감정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구되었다.


이런 몇 가지 결과만 보더라도 영상에서 언급한 생경한 데이트 장소와 차가운 형광등은 서로의 호감도를 떨어뜨리고 데이트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높은 색온도의 조명은 선호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높은 색온도를 선호하는 이들이 많고 무엇보다 공간의 용도와 형태, 목적에 따라 색온도의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업무공간, Study 공간, 작업장 등 조도확보가 충분히 필요한 공간에서는 높은 색온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Task Lighting이란 주제로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휴식 공간에 형광등을 설치하면 어떤 반응이 생길까? 실험을 해보았다. 천장에 균등하게 T8 형광등을 6500K의 높은 색온도로 시공하고 재실자의 반응을 실험해 봤더니 피실험자의 공간만족도가 현저히 낮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는 조명 배치가 단순하거나 높은 색온도는 휴게 장소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가장 편안하고 이완된 느낌을 주는 색온도 수치는 얼마일까?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색온도(CCT)는 약 3000K-3500K로 조사되었다.

편안한 공간을 계획 중이거나 편안한 만남이 계획 중에 있는 분들이라면 참조하여 적용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현업에서 디자인 미팅을 하다 보면 색온도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 사항은 세 가지로 나뉜다.

"조명은 무조건 쨍하게 밝게 해 주세요." 고민 없이 높은 조도와 높은 색온도로 결정하는 고객과, 반대로 낮은 조도와 낮은 색온도를 선호하며 메인등은 필요 없다고 부분 조명을 전체 조명설계에 요구하는 고객이 있다.

그리고 세 번째 타입의 요구 사항은

"전문가가 알아서 잘해주세요."

세 가지 모두 감사할 일이다.


코로나 이후 주거 생활이 변화하면서 공간에 대한 관심과 인테리어 시공에 관한 개인적 요구사항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국 아파트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1실 1등 형태의 조명 시공은 다양한 레이아웃의 조명으로 변화되고 색온도 역시 트렌드가 이동되고 있다.


하이엔드 주거에는 이미 4000K 이하의 색온도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으며 외국생활의 경험이 많은 고객일수록 플로어 램프나 사이드 조명 같은 부분 조명을 선호하고 낮은 색온도의 램프를 선정한다.


또한 오랜 시간 현장에서 관찰해 본 결과 높은 색온도를 선호하던 분들도 차차 시간이 흐를수록 따뜻한 낮은 색온도를 선호하는 경우가 점차 늘있다. 이는 환경 노출에 대한 시작조건(Initional Condition)의 앵커효과로 해석될 수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오랜 시간 높은 색온도의 형광등과 LED 조명에 노출되어 있어 낮은 색온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였고 점차 산업의 발전과 디자인의 발전으로 거주환경과 개인의 만족도가 변화함에 따라 색온도의 선호가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되고 있는 것이다.


색온도 명칭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구 색온도를 전구색, 주광색, 주백색으로 나눠 부르는데 이는 교과서적인 표현이 아니며 캘빈(K)이란 단위의 색온도 숫자 그대로 통용하는 것이 좋다.

전구나 주광색 등은 분류차원에서 통용되는 단어이지 정확하게 정해진 색온도의 규정이 없다.


좋은 조명 설계는 경제와 산업, 관계와 건강을 증진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선호하는 조도와 색온도를 알고 조명에 대한 지식이 늘어날수록 당신의 일상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어제 첫눈이 내렸다.

12월 연말.

중요한 모임의 장소를 선정하게 되었다면?

조명 환경도 신중하게 고를 수 있는 센스와 안목이 멋지게 활용되어 칼국수집의 파국을 면할 수 있는 지혜가 있기를 응원해 본다.


출처. Erco Lighting Company


1. Effects of Colour of Light on Nonvisual Psychological Processes. (2001)

2. Effects of Illuminance and Correlated color temperature on Emotional responses and Lighting adjustment behaviors.(2024)

3. Effect of Color Temperature and Illuminance on Psychology, Physiology, and Productivity: An Experimental Study.(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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