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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원책담 Feb 06. 2024

소원책담협동조합 만들기 (1)

혼자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아무것도 모르고 책방 겸 카페를 혼자 해보겠다고 했다. 2년 반 동안 꾸역꾸역 하기는 했는데 무언가 되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인 것도 있다. 일을 크게 하든지 작게 하든지 신경 써야 할 일의 종류는 거의 비슷하다. 많은 종류의 일을 혼자 하려다 보니 바빠 미처 챙기지 못한 일도 있지만 정말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도 있고, 해야 하는지 알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뿐 아니라 하고 싶은데 능력이 안되어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엄두가 나지 않는 일도 있다.


처음 책방을 열었을 때 웬만하면 혼자 모든 일을 하려고 했다. 지금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해보니 어려운 일은 미완성 상태로 남겨두거나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줄여서 또는 변형한 채로 하기도 한다. 성과가 없는 경우도 흔하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일은 아예 엄두를 내지 않거나 필요한 것은 비용을 지불해 처리한다. 조심스럽게 직접 하기도 한다. 한 번이라도 직접해야 이 일이 진짜 어려운 일인지, 겉보기에만 어려운 일인지 안다. 머릿속에서만 생각한 일과 직접 매만지는 일의 느낌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처음 소원책담을 열 때도 도와주신 분들이 없지 않았지만 대부분 혼자 고민했다. 어떤 일은 내 능력밖인 일을 벌이고 흐지부지 만든 경우도 있었다. 나 혼자는 텐트밖에 칠 수 없는 능력인데 머릿속으로 큰 궁전을 그렸으니,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점점 생각에 제한을 두게 되었다. 부푼 맘을 가지고 처음 시작한 공간이, 매출도 줄어들고 생각도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 큰돈이 벌리진 않아도 좋은 공간으로 키우고 싶었는데 안타까웠다. 그즈음 안 보려고 애써왔던 나의 몸상태가 밖으로 표출되기 시작했다.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부정맥이 심해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을 할 수 없다고 했으며 당뇨 수치도 상당히 높다고 했다. 공간을 연 지도 몇 개월 되지 않았고 하고 싶은 것도 있었는데 안타까웠다. 그리 크지도 많지도 않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


어차피 책방이라는 공간을 혼자 하기보다 같이 하면 더 예쁘고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이 공간을 더 활기차게 만들 수 있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관심 있는 여러 명과 함께 하려 했다. 몇몇 손님도 몇몇 지인도 책방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으니까. 이 부분은 막연히 알고 있는 협동조합으로 꾸리면 더 의미도 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스로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고 깃발만 꽂으면 많은 분들이 참여할 것이라 생각했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일이 스스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알아야 했다. 깃발만 꽂으면 관심 있는 사람이 붙지 않음을 알아야 했다. 물이 있다고 얼음이 되지 않으며 온도가 낮아야 언다. 물이 있고 온도가 낮아도 꼭 얼음이 되지 않는다. 영하 40도가 되어도 얼지 않은 채 액체 상태의 물인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를 과냉각이라고 한다. 어떤 핵 결정이 생기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태라도 약간의 충격으로 결정이 생기면 빠른 속도로 전체가 언다. 첫 번째 협동조합 시도는 생각이라는 ‘물’밖에 없었다. 밖의 온도도 충분히 낮지도 않은데 물만 있다고 얼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몇몇 분들에게 이야기는 꺼냈지만,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전혀 추진력도 없이 시간만 지나고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 혼자 꾸려가게 되었고 그 시기와 맞물려 코로나도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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