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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서걱, 얼음국수 먹기 좋은 날

경기. 안동. 충주. 영월. 원주. 속초의 시원한 얼음국수 열전

폭염의 시작이다. 무덥다. 입맛도 없다. 정신이 번쩍 날 만큼 시원한 음식이 뭐 없을까. 차가운 얼음이 서걱 서걱 씹히는 냉국수 한 그릇이면 더위에 도망갔던 입맛도 돌아올 것 만 같다.  짜르르 온몸으로 퍼져가는 살얼음의 전율에 후루룩 쫀득한 면발까지 한여름 스트레스도 날려버릴 얼음국수가 먹고 싶다.  전국의 국수 마니아들이 강추하는 '우리동네 시원한 얼음국수'를 찾아 나섰다.


향긋하고 아삭한 오이소박이 냉국수, 남양주 개성집
서울을 떠나 구리를 거쳐 팔당댐을 지나 팔당대교 쪽으로 가다  보면, 개성집 간판이 보인다. 서울 근교로 가벼운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소문난 곳이다. 최근에 조안면 송촌리의 운치  있던 옛집에서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와부읍 팔당리로 이사했다. 1991년에 개업한 개성집은 할머니와 어머니, 아들에게로 3대를  이어서 손맛을 대물림하는 식당이다.

상큼한 오이소박이 국물에 쫄깃한 소면을 말아먹는 오이소박이 냉국수와 이북식 만두가 인기 메뉴다. 개성이 고향인 할머니가 어린  시절, 오이소박이김치에 밥을 말아 먹던 맛을 살려서 오이소박이 국수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오이소박이라고 하지만, 소박이보다  오이물김치처럼 시원하고 향긋한 국물이 일품이다. 시큼하게 잘 익혀 식감 좋은 오이소박이는 매일  담가 신선한 맛을 살린다. 아삭한  오이의 비결은 상주 오이다. 4월까지 상주 오이를 공수하다가 그 이후엔 씨가 적고 싱싱한 오이를  골라서 쓴다.


한 번 먹으면 자꾸만 생각나는 냉우동, 안동 신선식당
신선식당의 냉우동을 추천한 지인은 한여름에 냉우동만 한 것이 없다고 했다. 여름뿐만 아니라 1년 내내 안동 주당들에게 최고의 해장 메뉴란다. 극찬에도 불구하고 추억이 없이 먹는 냉우동의 첫맛은 밍밍하다. 냉우동에는 채 썬 단무지와 오이채,  김가루와 대파 송송, 삶은 달걀 반쪽이 올라간다. 찰랑찰랑 그득 담긴 육수를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시원하다.  쫀득한 우동면과 멸치 육수를 번갈아 후루룩 먹고 마시다 보면, 묘하게 어우러지는 맛의 조화가 냉우동 한 그릇을 비우게 만든다.
주문과 동시에 기계로 뽑아낸 생면은 차가운 육수 속에서 알덴테의 탄력으로 살아난다. 반죽에 첨가물이 없어 미리 만들면 끈기가 없어져 주문과 함께 반죽해서 면을 뽑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며 옛 맛을 지키고 있다.


얼음 셔벗처럼 시원한 육수가 일품인 충주 칡냉면
충주의 갈마가든에는  여름 별미인 칡냉면과 해물만두전골이 대표 메뉴다. 충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칡냉면은 양지머리와 다시마, 양파, 무 등 채소로  육수를 내서 맑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면을 찾아 살얼음 육수를 살살 헤치면, 태양초 고춧가루로 만든 특제 양념이 붉은빛을 내며  은은하게 풀어진다. 맛깔스러워 보이는 냉면 국물을 한 입 먹고 나면 시들했던 입맛도 살아난다. 적당한 끈기의 칡냉면은 입에  넣자마자 매끄럽게 넘어가고 개운한 국물은 먹을수록 감칠맛이 돈다. 칡냉면의 재료인 칡뿌리는 열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주는 데  탁월하다고 하니 무더위 여름 음식으로도 제대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강원도의 동치미국수와 막국수, 그리고 비밀의 열무국수
강원도 영월의 연당 동치미도  빼놓을 수 없는 여름 국수다. 주인장이 직접 담가 4개월 이상 은근하게 익힌 동치미 국물에 소면을 쫄깃하게 담아낸다. 살얼음이  동동, 알싸한 김칫국물에 잘 익은 배추김치와 무, 당근, 고추, 쪽파가 먹음직스럽게 올라간다. 강원도 여행 중이라면 일부러 들러서  먹고 가는 곳이다.

강원도 원주에도 얼음이 둥둥 떠있는 막국수가 있다. 원주 향교 근처에 있는 향교 막국수다. 사골과 과일을 넣어 끓여낸  육수는  구수하고 채소와 과일을 넣어 숙성시킨 효소 양념장은 맛이 깊고 달큼하다. 구수한 메밀면을 건져 먹다 보면, 큼지막한 얼음이   사르르 녹아 시원하고 삼삼한 국물이 만들어진다. 등골이 서늘해지도록 찬 국물을 꿀꺽꿀꺽 마시고 나면 무더위는 어느새 저만치   달아난다.

속초에도 인생막국수라고 불리는 영광정 막국수가 있다. 한 달 이상 숙성한 시원한 동치미 국물과 금방 제분한 봉평 메밀로 뽑아낸 국수의 어우러짐이 일품이다. 구수한 막국수도 맛있지만, 북어식해와 싸먹는 편육을 빼놓을 수 없다. 막국수는 처음에 양념에 비벼 비빔으로 먹다가 마지막에 동치미국물을 넣어 물막국수 두 가지 맛으로 먹어야 아쉬움이 없다.  

그 외에도 통영에서 먹은 싱싱한 열무국수가 있다. 주인장 할머니의 손맛이 살아있는 소박하고 정겨운 국수다. 정식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니라 어느 곳에도 소개하지 못했지만, 통영에 가면 다시 가고 싶은 국숫집이다.



여행정보


개성집

주소 :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경강로 876
문의 : 031-576-6497
영업시간 : 10:00-21:00, 명절휴무


신선식당

주소 : 경상북도 안동시 광석3길 20
문의 : 054-853-7790
영업시간 : 7:30-18:30, 비정기 휴무


갈마가든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용천갈마길 45
문의 : 043-851-8026
영업시간 : 10:00-21:00, 명절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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