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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안보에서 즐기는 왕의 요리

충주의 대장군, 꿩코스요리


예나 지금이나 수안보는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로 사시사철 사랑받는 곳이다. 태조 이성계가 치료 목적으로 수안보를 찾았다는 <조선왕조실록>의 자료나 숙종의 휴양지였다는 <청풍향교지>의 기록만으로 ‘왕의 온천’이라 불리는 수안보의 명성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충주에서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꿩 코스요리가 있다. 충주의 사과와 함께 아삭하게 즐기는 꿩 초밥부터 회, 만두, 전, 물김치, 냉채, 불고기, 수제비까지 꿩의 모든 것을 맛볼 수 있는 명품요리를 충주의 아름다운 도시, 수안보에서 만나보자. 



충주사과와 꿩고기의 조화가 아름다운 꿩 사과초밥



꿩 한 마리로 차려지는 미각 밥상대장군의 꿩요리

꿩은 옛날 궁중에서도 약용, 식용으로 사랑받던 귀한 음식재료였다. <명의별곡>, <식의심경> 같은 고문헌에도 꿩의 영양가와 효능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다. 1960년대 초반, 야산에 서식하던 토종 꿩을 사육할 수 있게 되면서 신선한 꿩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대장군 식당의 박명자씨가 꿩요리 기능 보유자로 지정되면서 수안보의 꿩요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고단백 저칼로리의 웰빙 음식인 꿩 코스 요리


4월에서 6월까지 산란을 마치면 5개월 이상 키워야 먹을 수 있는 꿩은 사육과 보관이 까다로워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식재료다. 고기 자체에 열이 많아서 쉽게 상하기 때문에 그날그날 필요한 양만 손질해서 준비할 수 있다. 꿩 한 마리에서 지방이 한 수저도 나오지 않을 만큼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꿩은 날것으로 먹을수록 소화도 잘되고 맛도 좋다. 그래서 꿩고기는 ‘날로 먹으면 4만 원, 익혀 먹으면 4천 원’이라고 표현된다. 생전 처음 맛보는 꿩 사과 초밥은 꿩 회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일등공신이다. 사각사각 달콤한 충주사과와 꿩 회가 어우러지는 맛은 상큼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윤기가 흐르는 핑크빛 육질의 꿩 회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싱싱한 횟감으로 만들기 때문에 꿩 코스요리는 여덟 가지 코스 요리 중에 꿩 회가 메인이다. 꿩 생채, 꿩 사과초밥 등 푸짐한 애피타이저가 입맛을 돋우면 꿩 산나물전, 꿩 꼬치, 꿩 만두, 꿩 불고기, 꿩 수제비가 차례로 나온다. 



꿩요리는 노약자에게 좋은 건강 음식이다

    

꿩의 가슴살로만 썰어놓은 꿩 회는 신선한 핑크빛 육질에 촉촉히 윤기가 흐르고 쫀득하고 담백하다. 고추냉이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버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부드럽다. 꿩고기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아 성인병을 예방하고 몸의 기력을 높여주며 간을 보하고 눈을 맑게 해 노약자에게 특히 좋은 음식이다. 



꿩 육수로 담근 시원한 백김치


꿩 육수를 넣어 만든다는 백김치는 대한민국 김치 대전에서 대상을 탔던 작품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맛이 자랑인 백김치는 살얼음이 동동 뜬 김치 한 가지만으로 입안이 개운해진다. 



꿩 만두도 맛있지만, 수제 맛간장이 일품이다


채소와 꿩고기를 꼬치에 끼워서 구워 먹는 꿩 꼬치는 애피타이저로 최고다


꿩요리로 만드는 음식 중에 가장 익숙한 꿩 만두는 내용물의 40%가 꿩고기라 구수하고 담백하다. 시중에서 파는 꿩 만두는 꿩고기를 많이 넣지 않는 거라 꿩 만두라고 부르기도 무색하다. 꿩 꼬치는 꿩 한 마리에서 8조각 나온다는 허벅지살과 버섯과 쪽파를 꼬치에 꽂아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나오는데, 그 모양이 예쁘다. 주인장이 직접 만든 맛간장에 식초를 넣어 꿩 꼬치와 꿩 만두를 찍어 먹다 보면 꿩 만두와 꼬치 한 접시가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사라진다. 양파, 대파 등 채소만 16가지가 들어간다는 맛간장은 16시간을 달여서 만드는데, 꿩 요리에 두루 사용되면서 깊은 맛을 자랑한다. 



채소와 꿩고기를 꼬치에 끼워서 구워 먹는 꿩 꼬치는 애피타이저로 최고다


매일 아침 산에서 채취하는 참나물, 취나물, 산미나리 등 산나물을 잘게 다져서 반죽에 넣어 부치는 꿩 산나물전은 나물 전 위에 다진 꿩고기를 얹어 노릇노릇하게 부쳐내는데, 산나물 향기와 함께 고소한 맛이 별미다. 수제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면 나물이 씹히면서 산속의 향기가 입안에 가득하다. 각종 채소와 꿩의 종아릿살, 날개, 염통, 모래주머니 등 꿩의 모든 부위를 넣어 양념해서 볶아먹는 꿩 불고기는 꿩 코스요리의 하이라이트이다. 평범한 불고기 같지만, 쫀득한 꿩고기와 싱싱한 채소가 깔끔하게 어우러져 느끼하지 않고 맛있다. 꿩 불고기 역시 수제 간장에 찍어 먹으면 좀 더 산뜻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꿩 불고기를 수제 간장에 찍어 먹으면 풍미가 살아난다


꿩 코스 요리를 골고루 맛보다 보면 어느새 배가 불러오는데, 수저를 놓을 수 없는 마지막 요리가 있다. 진한 꿩 육수에 삼색 수제비가 나올 차례이기 때문이다. 참나물, 단호박, 밤을 넣어 만드는 삼색 수제비는 쫄깃하고 부드러운 맛이 꿩 육수와 어우러져 별미다.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도 맛에서 빼놓을 것이 없다. 싱싱한 김치와 망촛대 나물, 우엉 샐러드, 산나물 겉절이 등 제철에 맞추어 주인장의 손길이 하나하나 맛있게 배어있는 명품 밥상이다. 



단호박과 참나물과 밤을 말려서 갈아 넣은 삼색 수제비


꿩요리 한 가지만 취급하고 꿩의 신선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장군 식당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매주 수요일은 휴무다. 최근에는 꿩만두와 꿩엿을 직접 만들어서 전국 택배 판매를 시작했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치아에 달라붙지 않고 많이 달지 않은 꿩엿은 청동호박 조청에 꿩고기를 첨가해 만든 엿이다. 대장군 식당 주인장의 정직한 손맛에서 태어난 꿩만두는 대장군 꿩농장에서 직접 키운 꿩고기만 사용한다. 다른 고기만두와 달리 지방이 거의 없어 맛이 담백하고 고소하다.



꿩의 신선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장군 식당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여행정보>

대장군 /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승계로 105 / 043-846-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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