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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에서 말랑한 묵밥을 먹을까? 매운 쫄면을 먹을까?

상큼하고 쫀득한 경북, 영주의 별미와 디저트


영주로 떠나는 여행은 말랑하고 쫀득한 갈등으로 시작된다. 45년 전통의 소울 푸드메밀묵밥을 먹어야 할지, 30년의 추억을 담은 쫄면을 먹어야 할지행복한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나드리 분식에는 매콤한 쫄면의 추억을 찾은 중년층으로 붐비고 구수한 순흥 전통묵밥은 다이어트 음식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관심이 뜨겁다반전의 매력이 있는 영주 별미에 촉촉한 순흥기지떡과 고구맘 파이까지 맛보고 나면 영주의 하루가 달콤하고 구수하다



영주 전통의 옛맛순흥전통묵밥의 메밀묵밥

소박한 가정식 식당이 유독 눈에 많이 띄는 영주는 토박이들만 가는 동네 맛집이 많다. 한우로 유명한 영주의 한우식당은 물론이고 풍기 인삼으로 업그레이드된 한방삼계탕, 순흥의 메밀묵밥집 등을 손에 꼽는다. 부석사 근처 마을인 순흥에 1970년대부터 전통묵밥 한 가지만 만들어온 순흥 전통묵밥집이 있다. 벽 두께가 두 자(60cm)가 넘을 만큼 투박하게 지은 토담집은 오랜 세월을 든든하게 지켜왔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는 토담집 아랫목에 앉아 먹는 묵밥은 구수하다. 부엌에 딸린 안채 말고도 널찍한 식당이 두 군데나 있는데, 마당 가운데 야외 테이블에 앉아 묵밥을 먹는 맛도 별미다. 달고 시원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메밀묵밥 한 그릇에 옛집 마당의 정취가 감칠맛을 더한다.




메밀을 맷돌에 곱게 갈아 가마솥에 쑤어내고 하룻밤을 식혀야 먹을 수 있는 메밀묵은 옛맛을 이어가는 슬로우 푸드다. 먹고 일어서면 금세 배가 푹 꺼진다는 할 만큼 다이어트 음식으로 최고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메밀은 농약이 필요 없는 작물이라 무공해 식품으로도 주목받는다. 잘 식힌 메밀묵을 낭창낭창하게 썰어서 요것조것 올리는 고명도 푸짐하다. 송송 썰어낸 신 김치와 상큼한 무생채를 올리고 바삭하게 구운 김 가루와 깨소금을 듬뿍 뿌린다.




주인장 할머니가 해마다 담그는 쇠고기 간장으로 간을 맞추는 노란 빛깔의 멸치육수가 메밀묵을 흥건하게 적시면 메밀묵밥의 완성이다. 밋밋한 메밀묵이 요리로 태어나는 순간이다. 메밀묵밥에 곁들여 나오는 반찬도 별미다. 국산 콩으로 만드는 노르스름한 모두부에는 짭조름한 양념장 한가지면 충분하다. 모든 음식의 기본은 간을 잘 맞추는 것에 있다는 진리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영주 쫄면의 자부심나드리 분식의 쫄면

영주에는 쫄면의 양대산맥이 있다. 영주 시내에 3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분식과 나드리 분식집이다. 쫄면, 단품 하나로 경쟁하는 중앙분식과 돈가스와 김밥 등 다양한 분식메뉴와 쫄면을 선보이는 나드리분식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영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굵은 생면 면발이다. 고무줄처럼 질기게만 느껴지는 쫄면이 아니다. 적당히 쫀득하면서 씹을수록 부드럽고 단맛이 느껴지는 면발에 영주쫄면의 매력이 숨어있다. 직접 담근 고추장을 섞어 만든다는 고추장 소스는 투박하고 묵직한 맛이 입에 착착 붙는다. 분식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쫄면 한 그릇이 요리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삭아삭 소리도 경쾌한 단무지와 따끈한 국물 한 그릇은 매운 쫄면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궁합이다. 




나드리 분식에는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쫄면이 있다. 어린아이의 입맛을 배려해 만들었다는 간장쫄면은 매운맛을 싫어하는 어른들에게 더 인기 있다. 양조간장에 사과, 양파, 오이 등 갖가지 채소를 넣어 졸이다 보면 감칠맛이 좋은 간장소스가 만들어진다고. 쫄면을 시킬 때는 옛날식 돈까스가 세트메뉴처럼 따라 나온다. 보기에도 클래식해 보이는 돈가스는 32년 전 레시피  그대로다.




양파와 사과, 배 등을 갈아서 생등심을 재웠다가 바삭하게 튀겨내는데, 옛날식 그레이비 소스와 구수하게 어우러진다. 쫄면 메뉴에는 매운맛의 정도와 소스에 따라 불 쫄면, 간 쫄면, 간 불 쫄면이 있는데, 한여름에만 등장하는 냉쫄이라는 메뉴도 있다. 얼음 육수에 들어가도 딱딱해지지 않고 쫀득한 맛을 간직하는 영주 쫄면으로만 만들 수 있는 메뉴다. 명절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영주 사람들의 방문을 위해 추석, 구정엔 쉬지 않는다. 대신 부정기적으로 쉰다고 하니 방문 전에 전화확인 필수.




달콤하고 촉촉하게순흥기지떡과 고구맘의 고구마파이

순흥면 국도변의 순흥 기지떡집은 45년 전통을 이어온 기지떡으로 소문난 집이다. 영주를 비롯해 경북 북부지역에서 더운 날씨에도 잘 쉬지 않아 여름 철 음식으로 인기를 누렸던 옛 음식이다. 기지떡은 서리꽃처럼 희고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아 상화떡, 상사병이라고 불렸고  우리나라 전통떡 가운데 유일하게 발효과정을 거치는 떡이라 술떡이라고도 불린다. 기지떡을 한 입, 폭신하게 씹다 보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버리는 맛이 일품이다. 막걸리를 넣어 발효시키기 때문에 먹고 나면 막걸리 특유의 구수하고 새콤한 맛의 여운이 남는다. 예전에는 멥쌀가루를 막걸리에 반죽해서 부풀어 오르면 대추, 잣, 호박씨, 깨 등을 뿌려 쪄냈는데 요즘은 보관을 오래 하기 위해 검은깨만 뿌린다. 차게 보관하면 떡이 굳어지기 때문에 25도 상온에서 보관해야 쫄깃한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 떡을 사서 미리 맛보고 갈 수 있도록 매장 옆에 순흥 병관 쉼터라는 휴게실도 만들었다. 간단한 음료를 준비한다면 기지떡으로 간식 타임을 갖기에 안성맞춤이다.




비타민과 무기질, 양질의 식이섬유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사랑받는 고구마가 맛있는 고구마 빵으로 태어났다. 풍기 IC 부근의 봉현면에 고구마 디저트의 모든 것을 만나는 고구맘의 본사 매장에 가면 17가지의 고구마 빵과 파이와 케이크와 쿠키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영주 사과판매장인 풍기 특산물 휴게소 내에 있는 고구맘 매장은 외관부터 깔끔하고 예쁜 카페인데, 기대 이상으로 커피와 허브 티도 향기롭다. 쌉싸름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달콤한 고구마의 풍미가 환상적으로 어울린다.



본사에서 직접 재배하고 가공한 영주산 고구마로 만든 반죽을 급속 냉동 상태로 공수해서 매장에서 굽기 때문에 고구마의신선한 맛과 향이 살아있다. 고구마 빵에 들어가는 밀가루를 최소화해서 칼로리가 일반 빵의 절반이고 고구마 자체의 당도로 맛을 내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사대용으로 알맞다. 고구마빵, 고구마케이크, 고구마 쿠키 등 20여 종류의 다양한 제품이 있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 중이라 기발한 아이디어의 신제품이 기대된다.



<여행정보>

순흥 전통묵집 / 경북 영주시 순흥면 순흥로39번길 21 / 054-634-4614

나드리 분식 / 경북 영주시 중앙로 89 나드리 / 054-632-5482 /

순흥기지떡 / 경북 영주시 순흥면 소백로 2657 / 054-638-2929 / 

고구맘 / 경북 영주시 창진로 27 / 054-638-5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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