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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삭아삭 소리까지 맛있는 초록 쌈밥의 계절, 4월

경기도의 소문난 쌈밥집 세 곳

4월, 잃었던 미각을 찾고 싶을땐 아삭하고 상큼한 쌈밥이 생각난다. 겨우내 까칠해진 입맛에 싱싱한 쌈 채소만한 보약이 없다. 단백질과 비타민이 골고루 들어간 쌈밥을 넉넉하게 먹고 나면 묵직했던 몸도 거뜬하게 깨어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서울 근교의 안양과 남양주, 일산에도 싱싱하고 맛있는 쌈밥집이 수두룩하다. 화창한 봄날, 가볍게 꽃구경하고 맛있는 쌈밥도 먹는 일석삼조의 쌈밥집 세 곳을 찾았다.  



싱싱한 공기와 더불어 맛있는 쌈밥남양주의 목향원

서울에서 1시간 정도만 벗어나도 공기가 다르고 시야도 푸르러진다. 경기도 남양주로 접어들면 덕릉고개 넘어 흥국사로 진입하는 길 끝에 목향원이 있다. 이런 외진 곳에 쌈밥집이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리다 보면 2천 평 규모의 목향원이 나타난다. 소박한 초가집 세 채와 옹기종기 놓인 장독대, 나무로 꾸며진 작은 연못과 아기자기한 정자가 시골집에 온 듯 정겹다. 200여 명까지 수용하는 초가집 세 채는 점심시간이면 늘 만원이라 입구에서 대기표를 받아야 한다. 아늑한 공원을 천천히 걷다 보면 대기시간도 지루하지 않다. 코로나 이전에는수락산과 불암산을 등반하고 내려오는 손님들로 봄, 가을 북적이던 곳이다.




식당으로 들어서면 향긋한 숯불 불고기향이 식욕을 자극한다. 식당 뒤편에는 온종일 숯불에 돼지불고기만 굽는 직원이 따로 있다. 화력 좋은 숯불 위에서 돼지불고기를 얹은 석쇠를 23번씩 돌려가며 날렵하게 구워내 숯불 향은 잡고 촉촉한 고기 맛은 살렸다. 정성껏 구운 돼지불고기는 뜨거운 불판 위에 올려서 나가는데, 쌈을 다 먹는 동안 따끈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양평 두물머리의 유기농 단지에서 직접 농사지어 공수하는 쌈 채소는 벌레가 먹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믿음직하다. 다청채, 청로메인, 적겨자, 케일, 적근대, 상추, 적로메인 등의 쌈 채소는 무한리필이다. 겉절이로 매일 담그는 김치는 신선하고 직접 담근 된장으로 끓인 된장찌개는 시골집 할머니가 끓여주신 구수한 맛을 담았다. 부드럽게 볶아낸 시래기는 안동에서 가져온 거라 더 맛있고 우렁이 들어간 쌈장은 쫄깃하고 구수한 맛에 쌈 한 접시가 금세 동이 난다. 밥상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접시에 담긴 흑미밥, 조밥, 쌀밥 세 가지다. 밥 양이 꽤 많은데도 구수한 맛의 노란 조밥이나 쫀득한 맛이 일품인 흑미밥이나 부드러운 쌀밥, 어느 것 하나 포기할 수 없다.




제철 반찬이 푸짐하게 올라오는 쌈밥안양의 쌈도둑

관악산으로 올라간 등산객이 안양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라면, 잊지 않고 들르는 집이 있다. 주인장이 10년째 취미 삼아 가꾸는 야생화가 푸짐한 쌈밥과 함께 꽤 유명한 ‘쌈도둑’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식당 한쪽에 로메인 상추, 배춧속, 케일, 적치커리, 청겨자, 적겨자, 다청채, 적상추, 셀러리, 당귀 등 제철에 따라 바뀌는 쌈 채소만 10여 가지가 보인다. 밥상이 차려지면, 백김치, 원추리 숙주나물, 더덕장아찌, 우거지 지짐, 뽕잎 나물, 연근 샐러드, 우엉 장아찌 등과 씨앗 쌈장이 먹음직스럽게 올라온다.




쌈도둑의 인기 메뉴인 옹기종기 상차림에는 제육볶음과 고등어구이가 나오고 어울더울 상차림에는 연잎 오리찜과 고등어구이가 나온다. 생과일을 갈아 넣고 숙성시킨 담백한 제육볶음과 부추 위에 쪄낸 연잎 오리찜은 쌈밥의 최고 메뉴다. 매콤하게 볶은 돼지고기나 담백한 오리고기를 쌈 위에 놓고 해바라기씨와 땅콩, 호박씨를 듬뿍 넣은 견과류 쌈장을 얹으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오븐에 노릇하고 촉촉하게 구워 쌈에 얹어도 맛있고 그냥 먹어도 부드럽다. 




쌈도둑의 미덕은 혼자서 쌈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 제육볶음이 나오는 옹기종기 상차림만 가능하지만, 나 홀로 쌈밥을 먹고 싶은 이들에겐 희소식이다. 식사를 하고 1층에 내려가면 전문 바리스타가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수 있어 멀리 카페까지 찾아갈 일도 없다.




구수한 보리비빔밥을 싸먹는 쌈밥일산의 잎새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풍산역 주변은 애니골이라는 맛집 거리로 유명하다. 애니골 입구에서 300미터 정도 직진하다 보면 우측에 잎새라는 쌈밥집이 보인다. 식당으로 들어서면 한식당이라기보다 이국적인 파스타 집처럼 꾸며놓은 실내가 신선하다. 쌈밥을 시키면 푸짐하게 나오는 쌈 채소뿐만 아니라 함께 나오는 반찬도 다양해서 한정식을 받는 느낌이다.




유난히 쌈밥집이 많은 일산에서 2001년 오픈해 19년째 쌈밥집으로 롱런하고 있는 ‘잎새’는 오래된 단골이 많다. 100여 석이  넘는 넓은 실내는 평일에도 대기가 길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전국 각지에서 오는 손님들로 늘 복잡하다. 특히 고양시 꽃박람회  때는 꽃구경하고 오는 손님으로 붐빈다고. 식사시간을 살짝 피해 가는 것도 대기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쌈밥정식을 시키면 샐러드, 두부김치, 김치전, 잡채, 탕평채, 해파리 무침, 무 냉채 말이 외에도 퓨전식 반찬이 다채롭다. 깔끔한 베보자기에 구수한 보리밥이 담겨 나오고 채반에는 싱싱한 쌈 채소가 푸짐하다. 콩나물, 고사리, 시금치, 표고버섯 등 비빔밥에 넣을 나물도 심심하게 무쳐 나온다. 고추장과 들기름을 넣어 슬렁슬렁 비벼서 상추나 배추 속에 싸먹는데, 나물과 함께 씹는 맛이 좋다. 쌈 종류만 16가지인데 계절에 따라 다양한 쌈 채소로 바뀐다.




고추장으로 양념해서 숯불에 구운 고추장 삼겹살 구이가 모자라면 추가로 시킬 수 있다. 기름기를 쏙 빼고 쫀득하게 구운 삼겹살 구이가 쌈밥에 매콤하게 잘 어울린다. 감자를 갈아 넣고 걸쭉하게 끓인 된장찌개도 구수한 맛이 쌈밥에 딱 맞다. 복잡한 점심시간대만 아니라면, 식사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커피 한 잔까지 해결해도 좋을 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다.



<여행정보>

목향원 / 경기도 남양주시 덕릉로 1071번길 34-11 / 031-527-2255

쌈도둑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삼막로 67 / 031-471-7676

잎새/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622-5 / 031-904-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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