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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삼월엔 상다리 부러지게 강진 한정식

전남 강진 미각여행 시리즈 - 3




 청자골종가집 한정식


남도의 남다른 미각을 한 번에 모두 즐기고 싶다면 인생에 한 번쯤, 강진 한정식을 맛봐도 좋다.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진 밥상을 맞이하면,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먹는 생일상같다고 말한다.

여럿이 먹어도 다 비울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와 양은 마음에 걸리지만, 생일상이니까 넘어가자.

한 번쯤 화려하게 빛나는 산해진미의 밥상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면, 강진 한정식을 추천한다. 



청자골종가집


강진에는 손맛 좋은 한정식 식당이 수두룩하다. 고풍스럽게 지어진 한옥에서 한정식을 먹고 싶다면,

청자골종가집의 한정식이다. 단아하고 너른 정원을 지나 격조있게 지어진 한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

운치있고 멋스럽다. 파르스름한 청자 도자기에 담겨진 음식들에서 맛과 정성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5년 묵은 김치와 홍어 삼합은 남도밥상의 백미다.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토하젓갈은 입에 착착 붙는다.   



 강진만 한정식


이것은 강진만 한정식의 밥상이다. 남도 한정식의 진수를 느끼게 해주는 풍성한 한정식 상차림이다.

여행작가 셋이 봄날, 동백꽃 취재를 마치고 남도에서의 첫 끼니를 먹기 위해 겸사겸사 찾아 간 곳이다. 

간장게장과 김치가 특별했다. 음식이 모두 하나같이 맛있는데, 한 끼에 다 먹을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



 강진만 한정식


남도 밥상에는 대부분 밥과 요리와 반찬과 후식이 함께 우루루 올려진다. 

처음에는 찰밥과 떡과 과일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짭쪼름한 요리부터 열심히 먹었다. 

몇 번 그렇게 밥상을 받다보니 익숙해져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밥과 후식을 마음대로 먹는다.   



 강진만 한정식


강진의 봄은 싱싱한 조개와 바지락을 맛볼 수 있어 맛으로 행복한 시절이다. 

큼직한 조갯살에 짭조름한 간장양념을 얹어 쫄깃하게 씹히는 맛은 일품이다. 

육회와 굴비, 꽁치 김치찜과 꼬막 양념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맛이 좋다. 

밥상에 어느 반찬 하나, 허투루 올린 것이 없어서 늘 감탄이 나오는 밥상이다.   



 모란 한정식


강진에 새롭게 문을 연 전남음악창작소인 '오감통' 1층에 있는 모란 한정식의 밥상이다. 

바로 옆에 '오감통' 야외공연장이 있어 젊은 뮤지션들의 다양한 음악활동을 구경할 수 있다. 

한정식 밥상으로 남도 음식의 향연을 즐기고 야외 음악회까지 감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모란 한정식


한정식이라고 해서 식당마다 다같은 요리와 반찬으로 밥상이 채워지라는 법은 없다.

모란 한정식은 대하치즈구이 외에도 두툼한 소고기 육회, 떡갈비 등 계속 요리가 추가되었다.

반찬 그릇 위에 또 새로운 반찬 그릇이 포개어지는 밥상에서 젓가락은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



 모란 한정식


한정식 코스 마지막에 등장한 밥도둑 간장게장과 보리굴비가 이 밥상의 하일라이트였다.  

도저히 더 이상 먹을 수 없다고 사양했지만, 밥과 게장과 굴비가 들어갈 자리는 따로 있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빈 말, 포만감 가득한 식사 후에도 게장과 보리굴비는 역시 밥도둑이다.  

 


 수인관의 연탄불고기 백반

 

한정식은 아니지만, 수인관의 메뉴는 한 가지다. 연탄 불고기 백반. 2인 25,000원. 3인 30,000원.

연탄 불고기를 시키면 돼지고추장 불고기를 금세 연탄불에 구워서 불향 가득한 연탄 불고기를 내온다. 

밥상의 메인은 돼지고추장 불고기이지만, 화려한 상차림은 한정식의 축소판처럼 정성스럽고 푸짐하다.

돼지고추장 불고기 맛집으로는 설성식당도 유명하다. 여행자보다 강진 사람들이 더 사랑하는 밥상이다.



 수인관의 돼지고추장 불고기


수인관의 상차림에도 푸른 청자도자기 접시들이 단아하게 등장한다. 그래서 상차림이 아름답다.

1만원대의 연탄불고기 밥상이라 하기엔 고급스러운 상차림과 구색맞춰 나온 반찬들이 남다르다. 

콤콤한 홍어와 김치의 조화도 훌륭하고 소소하게 담긴 반찬들도 무난하고 깔끔하게 먹을 만 하다. 

불향이 폴폴 나는 고추장 돼지불고기는 상추쌈에 싸서 젓갈과 김치를 함께 싸서 먹으면 일품이다.

  


둥지식당 한정식


강진읍 (구)극장통거리에 있는 둥지식당은 강진군청과 경찰서와 강진터미널에서 가까운 집이다.

남도의 한정식은 서울식처럼 코스대로 나오지 않고 한 상에 떡 벌어지게 차려주는 게 매력이다.

한정식은 4인상을 기본으로 하고 남은 음식은 각자 포장해갈 수 있도록 1회용 그릇을 챙겨준다.

선홍빛의 육사시미부터 싱싱한 광어회, 살짝 데쳐 양념장 뿌린 낙지호롱까지 젓가락이 춤을 춘다.



 둥지식당



낙지호롱은 인원수대로 나온다. 살짝 데친 낙지를 꼬치에 끼우고 양념장을 뿌려서 연하고 부드럽다.

요리를 골고루 먹고 나면, 갓 지은 쌀밥과 구수한 된장국이 나온다. 쌀밥과 먹는 반찬은 또 별미다.

다이어트다, 건강을 위한 식단조절이다, 소식이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절제를 했던 시간은 내려놓고

한 번쯤 입에  맞는 음식을 통채로 즐기는 시간도 그리 나쁘지 않다. 혹여 그날이 생일이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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