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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봄날, 노란 유채꽃과 알싸한 멸치쌈밥

4월이면 살랑살랑 봄 바람난 마음이 남해로 달린다. 남해에는 감탄이 절로 나는 이국적인 관광지와 맛깔스러운 별미로 가득하다. 봄날의 노란 현기증을 즐기는 남해의 유채꽃밭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은은한 꽃향기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꽃밭이다. 봄철 별미인 멸치쌈밥엔 단단하고 알싸한 남해 마늘장아찌를 곁들여 쌈밥으로 먹으면 잃었던 입맛도 성큼 돌아온다. 이름처럼 눈부신 상주 은모래비치, 이국적인 풍경 속에 하룻밤 묵어가는 독일 마을과 미국 마을과 아기자기한 볼거리 가득한 원예 예술촌까지 남해의 1박 2일은 짧기만 하다.      




두모마을 다랭이논에 눈부시게 피어나는 노란 유채꽃 

멀리 푸른 바다가 보이는 두모마을은 바다에서 육지로 쏙 들어온 지형이 항아리를 닮아서 드므개 마을로 불렸다. 이미 유명한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처럼 생긴 계단식 논에 노란 유채꽃을 가득 심어놓아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약 2만여 평에 이르는 경사지를 개간하여 봄에는 노란 유채꽃, 가을에는 메밀꽃이 하얗게 피어나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두모마을의 다랭이논은 노령화로 휴경지가 된 뒤, 마을주민들이 합심해 꽃씨를 뿌려 유채꽃밭으로 변신했다. 



남해 장평저수지에 조성된 유채꽃밭


두모마을 입구부터 유채꽃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다랭이논을 가득 메운 꽃과 파란 바다의 풍광에 흠뻑 취하게 된다. 다랭이논 아래 이어지는 비탈길을 따라 약 2km에 이르는 유채꽃밭에는 전국에서 달려온 사진작가와 연인들로 북적거린다. 4월 한 달 유채꽃이 피는 동안, 유채꽃밭 옆에서 캠핑과 바다체험도 하고 유채꽃 축제를 즐길 수도 있다. 



남해 장평저수지에 조성된 유채꽃밭


남해군은 해안 명품 길 조성으로 설천면 노량에서부터 삼동면 전도에 이르는 해안도로변 37km 구간에 유채꽃을 파종해 푸른 바다와 노란 꽃밭 사이로 아름다운 드라이브길을 조성해 놓아 가는 곳마다 유채꽃 만발이다. 



유채꽃밭 사이로 피어난 튤립도 아름답다


여행자를 유혹하는 남해의 색다른 풍광으로는 이국적인 정원과 감성으로 가득한 원예 예술촌도 빼놓을 수 없다. 아름다운 집과 정원과 풍광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감성적인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원예 예술촌은 타피어리, 조각품, 풍차, 오솔길, 스파, 꽃 지붕 등을 테마로 한 개인 정원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험공간이 있어 가족, 연인, 친구와 찾아가는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원예 예술촌에서 만난 아름다운 정원


남해의 푸른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멸치 쌈밥 

다랭이마을을 걷다 보면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식당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지역에서 나는 로컬푸드인 톳, 생선, 문어 등은 다랭이마을 앞바다에서 잡은 해산물로 만든 음식은 싱싱하고 맛있다. 멸치 쌈밥 뿐만 아니라 톳 해물 비빔밥과 톳 멍게비빔밥 등 신선한 해산물 음식이 다양하다. 



싱싱한 해산물 그득한 파전에 시원한 유자막걸리


톳을 넣은 멍게비빔밥도 남해의 별미


다랭이논 아래 푸른 바다까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 테라스에서 해물파전에 상큼한 유자 막걸리 한 잔을 마시면 봄날의 향기가 진하게 몰려온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즐기는 유자 막걸리가 달다


남해의 별미인 죽방멸치는 죽방렴에서 잡는다. 죽방렴은 부채꼴 모양으로 나무말뚝을 쳐놓아 고기들이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든 일종의 나무그물이다. 죽방렴으로 잡은 멸치는 비늘이 상하지 않아서 일반멸치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 현재 남해에 20여 곳이 남아있는데 초양대교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우리식당의 대표 메뉴, 멸치회무침과 멸치쌈밥


멸치는 여름까지 잡히지만, 가장 맛있는 멸치회는 봄에 먹어야 제격이다. 남해 사람들은 새참으로 멸치 찌개와 막걸리를 즐겼다는데, 남은 막걸리에 생멸치를 담가두었다가 멸치회 맛을 찾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봄날에 먹어야 제격인 멸치회무침


생멸치는 신선한 채소와 함께 회무침으로 먹거나, 고추장과 된장을 넣고 바특하게 끓여서 상추쌈에 싸 먹는 멸치조림이 있다. 멸치 내장을 제거하고 미나리, 양파 등 채소와 고추장 양념장으로 무쳐낸 멸치회는 싱싱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막걸리 식초에 절여내 비린내도 없다. 통멸치에 고춧가루와 마늘, 시래기 등을 넣고 자작하게 조려낸 멸치조림은 뼈째 먹는 칼슘의 보고다.



남해마늘과 함께 먹는 맛이 별미, 우리식당의 멸치쌈밥


멸치찌개 맛의 비결은 칼칼하게 끓여서 비린 맛을 날려버리는 데에 있다. 멸치를 우려낸 육수에 고추장과 된장을 풀어서 끓이다가 머리와 내장을 떼어낸 멸치를 넣고 푹 끓인다. 싱싱한 상추쌈에 두툼한 멸치조림을 넉넉하게 놓고 새콤한 마늘장아찌 한 개, 짭조름한 고추 장아찌 한 개, 쌈장까지 야무지게 싸서 한입에 넣는다. 부드러운 멸치가 말랑하게 씹히고 매콤한 고추 장아찌에 마늘장아찌가 와사삭 개운하고 고소하다. 봄날의 춘곤증 따위는 가볍게 날려버리고 신선한 입맛을 찾아주는 남해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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