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랭보 Apr 03. 2023

그런 어른은 되지 않기를

5년 전의 일기장 속 나에게. 넌 어떤 상황에 있었던 거니

4월 이사를 앞두고 짐을 정리하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2018년 겨울, 빼곡히 적어내려간 일기장 한 페이지를 보게 되었다. 화가 났다고 보기엔 글씨를 알아보기 쉽게 정갈하게도 써둬서 금새 읽어내려갔다.


2018.12.13(목)


나이가 들어서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하는 어른들이 있다. 

잘못을 반성하지 못하고 변명만 늘어놓는 사람.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해서 이리저리 휘청이며 주변에 민폐만 끼치는 사람.

자신의 과오를 부정하며 정신승리 하는 것도 모자라 조금의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사람.

시간관리가 안되니 남의 시간도 함부로 여기는 사람.

침묵을 견디지 못해 알멩이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는 사람.

컨텐츠가 없는 사람. 

정면돌파 해야하는 일에도 어떻게든 피하고 보려는 회피형인 동시에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

책임은 지지않고 권리만 주장하며 자신의 이익만 부르짓는 사람.

뱉어야 할 때와 삼켜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리분별이 희미한 사람.

신세한탄, 세태비평, 자기비관을 입데 달고사는데, 본인은 전혀 변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

자신의 무능을 마치 초연함으로 포장하는 사람.

게으름을 여유로 둔갑시키는 사람.


미치도록 싫고 멀리하려는 그런 어른의 모습이 언젠가 내 모습이 되지는 않을까 두렵다. 

닮고싶지 않은 어른의 모습이 너무나 많은데, 이게 도대체 갑자기 내가 눈이 뒤집혀서 사람의 좋은 점을 발견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인지, 주변환경이 척박해서 인지 알 수가 없다. 




오래 전 일인지만 대강 그 당시를 미루어 짐작컨데, 회사에서 꽤나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어떤 대상을 두고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차마 일기장에 그 사람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까지 내 일기장 지면을 더럽히지 않고 싶어서 이렇게 써둔 듯. 욕설은 없지만 한 줄 한 줄이 다 욕이라 읽으면서도 기분이 좋지않았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저기서 열거한 저런 어른으로 늙어가진 않은 것 같다. (확실하지 않아서, 남들에게 물어봐야 알겠지만 말이다.)


바꿀 수 없는 환경에 집착하기 보다, 나를 좀더 나은 긍정적인 환경안에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깨닫는다. 환경정화. 2023년에도 환경정화는 계속된다.쭈욱


매거진의 이전글 강남 한복판 무덤 산책 '선정릉 방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