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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Mar 27. 2024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행복은 내 것만은 아니야


따스한 봄날, 모처럼 여유롭게 남편과 손을 잡고 산책 중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명치가 살살 쓰렸다. 익숙한 위경련 조짐이다. 약도 없는 위경련의 통증은 점점 심해질 것이고 이삼일은 내리 앓을 것이다.


주말에 장시간 차를 타고 지방 강의를 다녀온 것이 몸에 무리가 되었나 보다.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자는 편인데 숙소에 암막 커튼이 없어 강의 전날 선잠을 잤다. 내 컨디션은 수면의 질에 굉장히 민감하다.


봄날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유리 같은 위장! 짜증이 올라왔다.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반은 체념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비보를 전했다.


"나 아무래도 위경련 온 거 같아".


남편은 진심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자기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답했다.

"나도."


남편은 나의 행복을 바라고, 나도 나의 행복을 바란다. 마치 내 돈도 내 돈, 네 돈도 내 돈 같지 않은가? 내가 이기적이어서 아니다. 나의 행복이 곧 남편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는 혼자 살거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했다면 누군가에게 건강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인 줄 영원히 몰랐을 것 같다고 했다. 자기는 주기적으로 아픈 곳이 없으니 나처럼 늘 어디 한 군데가 아픈 사람이 있는지 몰랐다고(그 전날엔 허리가 아프다고 했으니)했다. 회사에 맨날 아프다는 사람이 있는데 일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과 살다 보니 자신의 건강이 얼마나 축복인지 깨달았단다. 내가 이렇게 한 사람의 무지를 일깨우는 거룩한 존재였다니!


나는 덜 아프려고 먹는 음식을 까다롭게 고르고, 꾸준히 운동하며, 이제는 입는 옷까지 신경 쓰려고 한다. 왜냐하면 나는 반드시 행복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자주 웃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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