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밥 먹을 때는 주로 유튜브를 본다. 한 손으로 젓가락질하면서까지 책을 넘기는 위인은 못 된다. 추억의 옛날 예능도 찾아보고, 귀찮을 때는 그저 알고리즘에 맡기기도 한다. 구독하고 챙겨보는 채널도 있다. ‘조승연의 탐구생활’이나 ‘이동진의 파이아키아’, ‘최재천의 아마존’ 같은 지식정보 채널들이다. 내가 가보지 못한 나라들의 문화와 역사, 영화 속에 담긴 의미, 기후 위기 문제까지 박학다식한 전문가들이 수려한 언변을 곁들여 알기 쉽게 풀어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친절한 자막에 CG 효과까지 풍성하게 넣어 지루할 틈이 없다. 재미도 있는데 유익하기까지 하다.
문학이 주는 즐거움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적 갈증은 그들이 소개하는 유튜브 콘텐츠를 보면서 채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시간을 아낄 수 있지 않은가. 지식 책 한 권을 완독 하려면 문해력의 수준에 따라 또는 책의 난이도에 다르겠지만, 10시간까지도 걸린다. 그러나 지식 커뮤니케이터들의 영상은 길어봤자 20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유익한 지식을 얻고 시간도 아끼고, 아낀 시간은 다른 공부를 하는 데 쓰면 더 좋지 않을까.
게다가 그들은 자신의 전문 분야 외에도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종종 베스트셀러나 의미가 있는 책들을 골라서 사회 현상과 엮어 맛깔나게 리뷰해 준다. 이동진 평론가가 요약해 주는 《총, 균, 쇠》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 흥미진진한 교양서처럼 느껴지고, 최재천 교수가 알려주는 《이기적인 유전자》는 일부만 듣고도 대충 어떤 책이구나 파악한 ‘느낌’이 들게 한다. 책을 직접 읽어본 사람만이 그 엄청난 간극을 알 것이다.
희한하게도 장점은 단점이 된다. 쉽게 이해하면 쉽게 잊어버린다. 책을 파악하려는 나의 노력이 적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식 커뮤니케이터의 말이 쉽고 이해가 잘 되는 이유는 내가 치러야 할 고단한 사고의 여정(분석, 비판, 추론, 요약, 비교 등)을 그들이 대신 수고해 주었기 때문이다. 지식 커뮤니케이터가 나 대신 문해력을 키운 셈이다.
영상과 책이 지닌 특성의 차이도 있다. 영상 시청이 주입식 교육이라면 책은 자기 주도 학습이다. 책은 가만히 있으면 절대 떠먹여 주지 않는다. 끈기 있게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며 한 줄씩 전진해야 한다. 머릿속이 바쁘다. 영상이 제공되지 않으니 스스로 이미지를 그리면서 상상력도 자극된다. 텍스트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변환할 때 뇌는 다중 감각 처리를 해 더 선명하게 오래 기억한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은 천천히 속도 조절하면서 읽고, 다시 돌아가서 읽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식 커뮤니케이터의 콘텐츠들을 마트의 ‘시식 코너’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배고픈 상태로 마트에 가면 정신을 차리기 힘들다. 양념갈비며 만두가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며 후식으로 파인애플까지 작게 잘라 건네준다. 시식용 음식을 맛보고 계획에도 없던 음식을 장바구니에 담은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지식 커뮤니케이터의 책 소개 영상을 보고 흥미가 생기면 해당 책을 읽는 것이다. 특히 어려운 책들은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나 핵심 줄기를 먼저 인지한 상태에서 읽기 시작하면 초반에 헤매는 일이 덜하고 이해도 더 잘된다.
또 다른 방법은 지식 커뮤니케이터들을 영상에 그치지 않고 책으로도 만나는 것이다. 말만 잘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이 쓴 책은 또 얼마나 깊이 있는 내용을 알기 쉽게 담아 놨는지. 단편적인 영상에 비해 책은 하나의 주제로 깊이 파고든다. 천천히 내 속도대로 흡수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