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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Sep 13. 2024

베스트셀러의 기준이 무엇일까

베스트셀러에 내가 원하는 책이 있을까


SNS에 한 작가가 자신이 이번에 낸 책이 출간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며 감격에 찬 글을 올렸다. 이토록 책이 안 팔리는 시국에 일주일 만에 베스트셀러가 되다니, 내심 부러워하며 어떤 책인지 궁금해 검색해 봤다. 포털사이트에서는 분명 ‘베스트셀러’라는 딱지가 붙어있었지만 온라인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찾기가 힘들었다. ‘베스트셀러’는 누가 정하는 것이고 그 기준은 무엇일까.

     

낯선 지역에서 밥 먹을 장소를 찾다가 한 식당 앞에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장면을 보면 자연스레 뒤에 줄을 서게 된다. ‘인기가 있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겠지’하는 심리,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다. 밴드웨건이란 퍼레이드를 할 때 맨 앞에서 악단을 이끄는 차인데, 미국의 경제학자 하비 라이벤슈타인(Harvey Leibenstein, 1922~1994)은 유행하거나 잘 팔리는 것에 소비가 더 쏠리는 현상을 밴드웨건에 비유했다.


책도 상품인지라 밴드웨건 효과를 활용한 마케팅을 피해 가기 힘들다.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출간 한 달 만에 10만 부 판매 돌파”, “전국 서점 부동의 1위, 화제의 책” 등의 광고 문구를 보면 한 번이라도 더 돌아보게 되는 것이 사람 심리다. 부가 더 큰 부를 끌어당기듯,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면 베스트셀러가 된다(?). 그래서 책이 출간되자마자 그렇게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수많은 베스트셀러의 기준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명성 대비 내실이 없어 실망하는 경험을 종종 하면 베스트셀러에 도리어 반감이 생기기도 한다. 베스트셀러가 ‘누구에게나 좋은 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란, 말 그대로 ‘잘 팔리는 물건’이다. 몇 부 이상 판매가 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없으니 상대적인 개념이다. 기간에 따라 분류하기도 한다. 일주일 동안 반짝 판매가 잘 되었다면 ‘주간’ 베스트셀러다. 그보다 더 길어지면 월간, 연간으로 넘어가는데 독자가 베스트셀러라는 단어에 갖는 기대감은 대개 ‘연간 베스트’ 급 이상이기 때문에 실망이 잦은 것이다.


연령대에 따라 20대부터 50대까지 따로 베스트셀러를 분류하기도 한다. 서점에 따라서도 조금씩 다르다. 물론 종합베스트셀러도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베스트셀러입니다’라고 홍보했을 때는 기간과 연령대 등이 어떻게 반영됐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꼭 베스트셀러를 읽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베스트셀러와 유사한 개념으로 스테디셀러(steady seller)와 밀리언셀러(million seller)가 있다. 스테디셀러는 꾸준히 팔리는, 생명력 질긴 책을 말한다. 출간 후 1~2주 동안 반짝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것보다 3년 동안 100위 권 안에 머무르기가 어려운 법이다. 마치 새해가 되면 누구나 영어 공부와 다이어트를 시작하지만 6개월 넘게 지속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니 스테디셀러가 조금은 더 검증된 책이라고 판단한다. 대개 꾸준히 찾는 데에는 이유가 있으니까. 밀리언셀러는 백만 부 이상 팔린 책을 뜻하니, 반박하기 힘든 베스트셀러다.  

 

분야별로 베스트셀러를 가르기도 한다. 인문, 에세이, 과학 베스트셀러를 따로 구분한다. 심지어 그 안에서도 세분화할 수 있다. 에세이로 예를 들면, ‘예스 24’에서는 감성/가족 에세이, 나이 듦에 대하여, 독서 에세이, 동물 에세이, 명사/연예인 에세이, 명상/치유 에세이, 삶의 자세와 지혜, 여성 에세이, 여행 에세이, 연애/사랑 에세이, 예술 에세이, 음식 에세이, 일기/편지글, 자연 에세이, 포토 에세이, 휴먼 에세이, 그림 에세이, 외국 에세이, 한국 에세이를 따로 분류해서 베스트셀러를 살펴볼 수 있다.      


한 책이 여러 분야에 걸쳐 분류되기도 한다. 나의 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는 대분류로 인문, 자기 계발, 에세이 세 곳에 속하고 세분화된 분류에서는 각각 글쓰기 일반, 창조적 사고/두뇌계발, 독서 에세이에 속해 있다. 독자는 이 세부 카테고리를 잘 활용하면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할 수 있다. 혹은 어떤 책을 원하는지 나조차 모를 때 온라인서점의 카테고리 목록을 살펴 동기를 깨달을 수도 있다.     


요즘은 인기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본다고 하면 갑자기 화제가 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누가 공항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면 출판사에서도 이를 놓칠  세라 ‘OO이 읽었던 책’이라고 홍보한다. 물론 팬들은 이미 알고 있다. 매체를 통해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00년대 초반 MBC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 ‘책책책을 읽읍시다’라는 독서 코너를 참 재미있게 보았다. 당시 <느낌표>에서 소개된 책은 어김없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를 만큼 매체의 힘이 막강했다.      


책을 쓰는 사람의 입장으로, 책 자체가 아닌 매체나 홍보에 따라 책의 운명이 갈리는 현실이 씁쓸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체념도 든다. 책도 결국엔 상품이고 만드는 데 돈이 들며 그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면 힘들어지는 사람이 존재하니 말이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독자는 현명한 눈을 갖도록 노력하는 게 지금의 최선책이 아닐까. 남들이 많이 본다고 무조건 따라가기보다 내가 필요한 책의 분야를 세분화하고 얼마나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았는지도 고려 사항에 넣어서 꼼꼼히 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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