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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Nov 09. 2022

서울 역세권을 포기하고 고양시에 사니 활자중독자가 됐다


 책이 가까워졌습니다. 저에게도, 남편에게도요. 이전의 제게 도서관은 지하철 1호선 같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 동네 도서관에서 불쾌한 경험을 여러 번 당했거든요. 그 뒤로 도서관은 다른 나라에 관광할 때만 갔지, 우리나라에선 다신 안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고양시에 이사 온 뒤, 저희 부부는 일주일에 두어 번 정도 도서관에 갑니다. 특히 남편이 도서관에 자주 가요. 놀랐습니다. 남편은 활자보다 이미지를 선호하거든요. 이미지 기억력이 더 높기도 하고요. 그래서 검색할 때도 유튜브를 주로 이용합니다. 그런 사람이 자발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유발 하라리 작가의 대표작 <사피엔스>를 대출했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 버전이긴 하지만, 분량이 만만치 않거든요. 남편이 책에 집중한 모습을 오랜만에 보니, 이게 바로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 근처에는 다섯 곳의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중 한 도서관을 자주 갑니다. 무려 4층인데다가, 평일에도 밤 10시까지 운영하거든요. 보유하고 있는 책도 다양합니다. 교보문고의 공공 버전이랄까요. <마이너리티 리포트> 같은 옛날 SF소설부터, 외서, 사회와 종교 서적, DVD 등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각 층 별로는 주제에 맞게 도서 큐레이션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열람실에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예요. 60대 노인부터 10대 수능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자리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도서관이 닫을 시간에 방문해 도서만 대출합니다. 이 도서관에는 도서 소독기도 있어서 좋아요. 학생 때부터 손소독제를 들고 다닌 저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니까요.


 가끔은 저의 멘붕도 해결해줍니다. 저희 아빠가 매달 책을 보내주시는데요, 사실 조금 부족합니다. 일주일 정도면 다 읽거든요. 읽을 책이 없는 날, 지하철 역 안의 스마트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읽고 있던 책에 흥미가 떨어졌을 때도 바로 책을 빌릴 수 있어서 좋습니다. 스마트 도서관에서 도서를 빌릴 때는 손길 가는 대로 빌립니다. 그래서 어떤 날엔 전공서적만큼 두꺼운 책을 빌리기도 해요. 지하철을 놓칠까봐 불안할 땐 고양시 전자도서관 어플을 이용합니다. 야근한 다음날이나 몸 가볍게 출근하고 싶을 때도 이용하고요.


 책과 이렇게 가까워진 삶은 십 대 때 이후로 처음입니다. 게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건 거의 전무했고요. 도서 상태도 깨끗하고, 소독할 수도 있고. 게다가 밤늦게까지 하니 친구 집 가듯 도서관을 들립니다. 책을 이렇게 많이 읽어도 결국 남겨야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결심을 했어요. 글이 형편없더라도 리뷰를 남기자. 다 읽은 책이든, 읽다 만 책이든. 취향이든 아니든.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느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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