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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탈리 Feb 01. 2023

고양시에 사니, 생애 첫 아이스스케이팅도 해본다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사이의 어느 주말. 남편이 갑자기 아이스 스케이트를 타러 가자고 했습니다. 아이스 스케이팅은 처음이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제대로 탈 수나 있을지, 크게 넘어지지는 않을지 하는 것들이요. 남편은 어릴 적에 자주 타봤다고 하더라고요. “걱정 마. 인라인이랑 비슷해.” 소싯적 인라인 좀 타본 터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추운 날에 잠실까지 가야 하나, 싶었지만 침착하게 물어봤습니다. 어디로? 그는 말없이 네이버 지도에서 고양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옷을 껴입고 어울림누리 아이스링크장으로 향했습니다. 고양시민이라 할인받아서 입장했습니다. 스케이트를 빌리는 비용까지 인당 5천 원 정도였던 것 같아요. 모자와 장갑, 스케이트화를 착용하고 빙상장에 들어갔습니다. 밖이 추워서 그런지,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덜 춥더라고요. 일반 바닥에서 걷는 건 괜찮길래 자신감 있게 한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광고의 한 장면이었다면, 쑤욱~ 이라는 효과음이 나왔을 것 같아요. 고무 인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빙판에 한 발을 내딛자마자 저항 없이 미끄러지더라고요. 긴장됐습니다. 온몸에 힘을 주고 빙판길을 걸었습니다. 적응되니,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한 바퀴, 두 바퀴 돌수록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마음만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된 것 같았어요. 스케이트 날이 빙상장을 가르는 소리, 얼굴로 느껴지는 바람. 코너를 돌 때의 아찔한 속도감. 아이스 스케이팅의 매력을 느꼈습니다. 신나게 스케이팅하다 불현듯. 제가 멈출 줄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인라인 탈 때처럼 멈추기엔 불안하고, 스키 탈 때처럼 멈추기엔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펜스 쪽으로 가는데 갑자기 남편이 멈추는 게 아니겠어요? 멈추기엔 가까운 거리라 남편과 부딪혔습니다.


 웃다가 눈물이 났어요. 문자 그대로 ‘발라당’ 넘어졌거든요. 옷을 껴입은 덕분인지 다행히 멍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초보자는 꼭 기초 강습을 받고 타는 걸 추천합니다. 한 번의 꽈당 이후 벤치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빙상장을 구경하니 퇴근길 강변북로가 따로 없더라고요. 정속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사이로 칼치기 하는 사람, 연습 중인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 초보 운전자처럼 기어가는 사람들. 저속과 정속, 고속의 앙상블이었어요. 안전 요원이 있어서 다행이었달까요.


 다시 빙상장으로 진입했습니다. 멈추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서요. 말은 쉬운데, 하기 어렵더라고요. 빙판은 처음이라 얼마큼의 힘을 주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힘을 손끝까지 주고 있다 보니 몸을 움직이기 더 어려웠습니다. 시간은 많이 들였지만,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았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멈추는 연습을 해보았습니다. 스르르 미끄러지긴 했지만, 전보다 아주 약간 나아진 것 같았어요. 역시, 뭐든지 한 번에 되는 일은 없나 봐요. 계속 실패하고, 고쳐 나아가야 하는 거겠죠. 기회가 되면 아이스링크장에 다시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주 조금 나아지길 기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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