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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011] 숲속의 자본주의자, 가녀장의시대 등

9.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동아일보 기자를 하다가 미국 시골로 이사를 가서 한달에 100만원으로 사는 4인 가족. 원래는 대도시 근교에서 유기농 농사를 지으며 살려고 했지만, 농작물을 먹는 동물들을 끔찍하게 싫어하게 되는 마음이 무서워, 그냥 씨를 흩뿌린 뒤 동물들과 농작물을 같이 먹으며 사는 삶을 택한다. 인터넷도 끊고 외식도 거의 하지않고 커피도 와인도 마시지 않고 최소한의 생활비로 살지만, 그 '안'은 가득차 있다. 의미없는, 싫은 일을 하는 시간을 모두 덜어내고, 더 많이 생각하고, 좋아하는 글을 쓰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삶... 나도 이런 삶이 가능할까. 저자는 빵을 구워 팔기도 하는데, 이것에 종속받지 않기 위하여(언제든 원하지 않으면 그만 둘 수 있는 정도의) 최소한의 비용과 최소한의 노동력을 세팅한다. 저자와 비슷한 수위의 선택을 할 과감성과 용기가 현재의 나에게는 없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나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어떤 것을 가지치기하고, 어떤 것을 귀중하게 남겨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 수 있었다.


10. 40세에 은퇴하다 김선우


박혜윤의 남편이 쓴 책이라 해서 궁금해서 보게 되었다.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자녀들에게 절대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는다'라는 박혜윤과 세운 자녀양육 원칙이었다. 나보다 훨씬 더 세상의 이치에 대해 통달한 것 같은 두 사람이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정했을 때에는, 자녀들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말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거나 부질없거나 득보다 실이 많거나 기타 등등일텐데, 나는 왜 계속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멈추지 못하는가. 또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는가. 궁극적으로, 애들이 공부를 하지 않아도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고 괜찮은 건가. 나같은 미생은 도저히 오르지 못할 경지이다. 아무튼 부부가 둘다 난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11.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너무나 애정하는 이슬아의 소설. 수필을 많이 읽은 나로서는 인물들과 에피소드들이 상당 부분 오버랩되었으나, 이 소재를 소설로 쓰고 싶었을 이슬아의 마음이 느껴졌다. 아마도 에세이가 없었다면 소설은 훨씬 더 재미있었겠지만, 좀 덜 재밌으면 어떤가. 뭐든지 최고로 재미있을 필요는 없다. 소설 때문에 에세이가 없었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문제다. '가녀장의 시대' 작명센스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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