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예희 Apr 04. 2017

일과 나이에 대하여

일 관계로 만나게 되는 사람의 나이가 점점 어려진다. 한때는 미팅 전엔 언제나 잔뜩 긴장했고 자리에 누가 나오든 마냥 우러러보았는데 이제는 이 친구 몇 살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물론 실제로 묻진 않습니다) 이 사람은 지금 내 얘기를 알아듣고 있는 걸까? 내 얘기 속의 장소를, 그 노래를 같이 걷고 같이 들었던 적이 있을까, 아니면 예의상 고개를 끄덕이는 걸까? 한참 신나게 이야기하다 멈칫.


사무실에 돌아와서도 멈칫은 계속된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물에 이 말장난을 넣어도 될까, 언제 적 개그냐는 소리를 듣진 않을까, 구려 보이진 않을까 걱정한다. 굳이 찾아 듣지 않아도 저절로 최신곡이 귀에 쏙쏙 들어와 입으로 자연스레 흘러나오던 시절, 어떤 스타일의 옷과 신발이 유행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던 시절은 갔다. 지금은 노력이 필요한데, 노력도 피곤하다. 엑소 멤버는 알지만 방탄소년단은 모른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엑소들의 수많은 얼굴과 이름을 제대로 연결하기까지도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렵사리 익힌 얼굴이 탈퇴할 때는 좌절했다. 그 와중에 조규찬 1집, 이소라 1집을 들으면 여기가 내 누울 자리인가 싶다. 즐겨찾기 해둔 쇼핑몰엔 좀 과장해서 딸뻘 모델들이 가득하다. 스카잔, 입어도 될까? 클리퍼, 신어도 될까? 조금 망설여진다. 하지만 미시 쇼핑몰은 죽어도 싫다. 딜레마다. 


어느 날은 나이 든 내가 싫고 어느 날은 나이 든 내가 좋다. 종잡을 수 없다. 매일같이, 순간순간, 느낌이 달라진다. 나이를 먹었다고 고민이 사라지진 않는다. 여전히 갈팡질팡 질풍노도다. 완벽히 나에게 들어맞는 세팅 따위 없으며 100%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없다. 내 피부색에 잘 맞는 파운데이션 컬러도 여전히 헷갈린다. 나는 나인 것이다. 어디 가지 않는다.


불안해질 때면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독자도 함께 나이를 먹는다. 그러니 나는 오늘의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고. 물론 여전히 흔들리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