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예희 Apr 12. 2017

혼자 하는 생각에 관하여

혼자 살고 혼자 일한다. 혼자 요리를 해서 혼자 식사하고, 혼자 계획을 세워 혼자 여행한다. 외롭지 않으냐, 대체 혼자 뭘 그렇게 바쁘게 사느냐 라는 염려인지 핀잔인지 모를 소리도 종종 듣지만 웬걸, 세상 편하다. 곰질곰질 이것저것 하다 보면 시간이 참 잘 간다.


당신은 애인이 있잖아요, 그럼 혼자가 아닌 거죠 라는 얘길 하는 사람도 있다. 글쎄요, 혼자 놀 줄 아는 사람은 둘이서도 잘 놉니다. 반대로 혼자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 둘이 되었을 때는 어떨지, 그건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애인과 따로 또 같이, 같이 또 따로 시간을 보낸다. 


함께 스타벅스에 가선 각자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아이패드나 핸드폰을 들여다 보기도 한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방금 읽은 재미있는 문장이며 영상을 서로 보여준다. 어떤 것은 내 마음에도 쏙 들고, 어떤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책과 미디어로 돌아간다. 어느 날은 실컷 수다를 떨고, 또 어느 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함께 각자의 시간을 보낸다. 그 텅 비어있는 자리를, 여백을 즐긴다. 여백을 견디지 못하는 관계는 그만큼 거리가 있다는 얘기일지도 모른다.


혼자 있으면 생각할 시간이 많다. 생각하는 것은 즐겁다. 다른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러려면 일단 내 생각의 형태가 잡혀 있어야 한다. 형태를 잡기 위해선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있을 땐 밥을 굶는다는 지인이 있다. 집에서?라고 물으니 밖에서도 마찬가지라고 답한다. 식당은커녕 카페에 혼자 들어가는 것조차 싫다고 한다. 그러니 혼자 여행을 갈 리가 없다. 휴가철엔 종종 연락이 온다. 나랑 어디 안 갈래, 몇 박 며칠인데 같이 안 갈래 라는 것이다. 혼자 여행도 괜찮아, 한번 가보지 그래,라고 권하니 역시나 도리도리다. 혼자 가서 생각밖에 더 하겠냐는 것이다. 


그렇구나. 나는 바로 그게 좋아서 혼자 여행을 가는 거란다.

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작가의 이전글 25. 코임브라 대학교오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