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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예희 Apr 24. 2017

망상에 대하여

누가 뭐래도 나는 나의 길을 가는 프리랜서다!

라고 멋이라는 것을 폭발시키며 당당하게 외치고 싶지만 실은 그렇지 못하다. 인생 혼자야, 개썅 마이웨이야라고 호기롭게 말해보기도 하지만 속으론 남의 눈치를 상당히 보면서 사는 것이다. 사랑받고 싶어서,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잘 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고 싶어서다.


내 안 구석구석까지 불안함이 깔려있다. 없던 것을 짠 하고 만드는 직업이니 일단 짠 한 다음에는 곧 조마조마해진다. 내 작업물에 완전한 확신을 갖고 싶지만 좀체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니 타인의 인정을, 응원과 격려까지도 바라게 되는 것이다. 불안하게, 외롭게 작업한 시간을 감정적으로 보상받고 싶어서겠지. 말하자면, 블로그에 글을 써 놓고선 목을 쭈욱 빼고 어서 댓글이 달리기를 기다리는 것과도 비슷한데 이왕이면 그 댓글엔 호의적인 얘기만 가득했으면 좋겠다, 뭐 이런 얘기다. 거울을 보며 '님 몇 살이세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로 미성숙하군.


그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지라 일에 대한 비판과 지적은 때로, 아니 종종 따끔따끔을 넘어 쿡쿡 쑤시는 고통으로 다가온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니 돈을 주는 쪽에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게다가 혼자 입 꾹 다물고 일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경주마처럼 잔뜩 좁아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그러니 귀 기울여 듣고 유효한 조언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한데도 이모양이다.


문제는 이거다. 일에 대한 평가와 비판이 아니라 나라는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그래서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일단 방어부터 잔뜩 하게 된다는 것. 더 좋은 결과를 위한 생산적인 논의를 하는 자리에서 금세 울컥, 화끈, 민망해져 버리고 마는 '나'. 시간이 부족해서요, 이런 작업은 처음이라서요, 저도 한다고 한 건데요, 라며 변명부터 시작하는 '나'. 다시 한번 거울을 보며 묻는다. 님 몇 살이세요.


사실 쉬운 얘기다. 일에 문제가 있다면 서로 대화를 통해 고칠 것은 고치면 된다. 만약 아무래도 아니다 싶으면 일을 그만두는 방법도 있다. 어느 쪽으로든 해결을 하면 된다. 하지만 그 대신 '내가 한 작업이 별로인가 봐, 방금 정색했어, 인상까지 썼어, 꺄아, 날 미워하나 봐!'라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망상. 좋고 싫고가 오갈만치 상호 간의 교류가 있기는 했나?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네년이 싫다고 상대방이 확실하게 표현한 적이 있나? 카카오톡 대화 도중 문장 끝에 웃는 눈 이모티콘을 쓰지 않았다고 이러는 거야? 똑 떨어지는 짧은 문장으로 대화하는 사람이라 이러는 거야? 문장 끝에 마침표를 확실히 찍는 사람이라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나도 미워하고 내 작업도 싫어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심이야?


이 망상.

극복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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