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히는 문에는 몸을 던지지 말자
“아이고, 문에 끼어버렸네. 꽉 잡고 있어요. 허허허.”
출근 인파로 가득한 4호선 객실, 누군가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전철 출입문이 닫히는 순간 급하게 탄 사람의 가방이 문틈에 끼었다. 출입문 앞에 서 있던 키 작은 아저씨는 재미있다는 듯이 실실대며 웃었다. 가방은 손잡이만 안에 있을 뿐 나머지 몸통은 밖에 매달려있었다. 당고개행 열차는 다시 문을 열어주지 않은 채 그대로 출발했다.
“꼭 붙잡아요, 날아가면 어떻게 해요. 다시 열어줄지 알았는데, 안 열어주네~”
작은 아저씨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다음 역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왔고 전철은 속도를 줄이기 시작했다. 다행히 가방은 큰 문제없이 다음 역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승객들의 시선은 모두 가방 쪽에 쏠렸지만, 이미 사라지고 가방 주인의 손에는 끝이 너덜너덜해진 손잡이만 남아있었다.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스크린도어에 가방이 부딪힌 게 분명했다.
“아이고~ 날아가 버렸네? 허허허, 어떻게 하나.”
키 작은 아저씨는 더 큰 소리로 해맑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정작 가방 주인은 처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열차는 멈췄고, 그는 한 정거장 만에 내렸다. 아저씨의 웃음은 계속되었다. 가방을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나 하는지.
내가 가방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그 아저씨가 괜히 얄미워졌다. 코미디 영화에서나 볼법한 재미있는 장면이지만 그 일을 당하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까지 웃을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처음에는 너무 웃어서 키 작은 아저씨와 가방 주인이 서로 잘 아는 지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지하철을 빠져나와 사무실까지 걸어가는 길에 조금 전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만약 내가 그런 상황에 부닥쳐 가방이 날아간다면 어땠을지. 가장 먼저 비싼 순서에 맞춰 스마트폰과 전자책, 무선이어폰의 안전을 걱정했겠다. 어쩌면 수리하는 것보다 이참에 신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다음에는 앞으로 출입문이 닫힐 때면 급하게 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겠다. 평소 선비임을 자부하던 나지만 닫히는 출입문과 깜박이는 신호등에 몸을 던졌던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야박한 출근 시간에 늦지 않으려는 마음은 알겠지만, 조심해야 할 일이다. 5분 늦지 않으려다 5시간 늦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이 정리된 다음에는 가방이 문틈 사이에 끼어있던 내내 웃음을 멈추지 않았던 키 작은 아저씨가 두고두고 얄미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