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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연 Jul 24. 2022

가지말라는 곳에 간다는 것

기자의 숙명


기자로 일하면서 가장 서글프면서도 또 가장 뿌듯한 점은 늘 현장에 있다는 점이다.


가지말라고 하는 곳에 꼭 가야하는데 시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면 바리케이드를 쳐 놓은 곳일지라도 불나방처럼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다.


산불, 홍수, 폭우 등의 자연재해로 속수무책이 된 현장에 갈 때면 두 가지 마음이 든다. 


하나는 피해입은 이들에게 어떻게 접근해서 이야기를 들어야 하나하는 걱정과 그들의 마음을 후벼팔 수 밖에 없는 내 처지에 대한 비관. 

또 하나는 무서움이다. 가지말라고 하는 곳에 들어가는 심정은 사실 나도 무섭다.


재해 현장은 특히 수습이 된 후에도 처참하다. 최근 큰 산불이 났던 한 지역에 취재를 갔을 때가 떠오른다. 현장의 모습을 가감없이 알려야 하는 임무가 있기에 영상기자를 따라 성큼성큼 깊숙이 현장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집 마당 한 구석에 새까맣게 타버린 한 개의 사체를 발견했을 때 그 자리에 멈춰섰던 기억이 있다. 


아무리 관련 정보를 사전에 많이 읽고 숱하게 들어왔고 겪어왔을 지라도 또 막상 그렇게 실제 내 눈앞에 펼쳐친 현장은 생각보다 더 큰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더 그렇다. 이는 실체가 없고 기자라고 해서 질병도 비껴나가는 천하무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현장에 가서 취재를 하다보면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에너지가 솟구칠 때가 있긴 하다. 경찰과 소방에서 가지말라고 하는 현장에도 굳이 들어가서 낱낱이 헤쳐봐야 한 개라도 더 알아낼 수 있으니까 그렇다. 그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나의 의지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주어, 내가 왠지 위험에 빠진다 해도 이내 꿋꿋하게 헤쳐나간 뒤 결국 기삿거리를 손에 쥐고 마는 나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해준다. 


감염병이 돌고있지만 그들을 검사하고 치료하는 병원에 계속 들락날락 해야했고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동선을 뒤밟으며 감염병이 휩쓸고 간 안타까운 모습들을 있는그대로 보도해야 했다.


그 무렵 퇴근 길에 나는 곧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점엘 들러 '페스트'라는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 피곤하지 않은 날마다 읽어 내려갔다. 다음은 책의 초반부 중 일부이다.


  '시민들은 그 불안의 한복판에서도, 그것은 필시 가슴 아픈 사건임은 틀림없지만, 그래도 결국은 일시적인 것이라는 인상을 버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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