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마치고 돌아온 집사의 다리에 고양이가 얼굴과 몸을 비비는 이유는 밖에서 묻혀온 냄새를 자신의 것으로 지워버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이처럼 내가 저녁 시간에 고양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고양이와 놀면서 날려버리기 위함이다.
처음 고양이와 놀아주기 시작할 때에는 내가 시간을 할애해 고양이와 놀아준다고 생각했다. 고양이의 사냥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낚시대라고 끝에 깃털이 달린 줄을 흔들어 고양이가 앞발을 사용해 잡도록 유도하고 공중에서 점프하도록 하여 고양이의 무료함을 없애줘야만 건강한 고양이로 키울 수 있다고 들어 하루에 일정 시간을 투자해 고양이와 놀아주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무척이나 싫증을 잘 내는 종족이다. 처음에는 미친 듯이 장난감에 반응하다가도 어느 순간 심드렁해지고 아무리 흔들어대도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면 애타는 쪽은 집사이다. 어떻게든 고양이를 움직이게 해서 놀이 본능을 충족시켜줘야 하는데 따라주지 않으니.
그래서 집사는 요리조리 방향을 바꿔가며 때로는 이불 등을 이용한 지형지물을 사용해가며 점차 다양한 사냥 놀이 기술을 익혀간다. 어떻게든 고양이가 자신의 리드 하에 몸을 움직이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잘 질려하는 고양이와 성공적인 사냥 놀이를 마치려면 집사에게도 집중력이 필요하다. 고양이의 반응에 집중해야 하고 이에 따라서 요리조리 방향을 바꿔가며 낚시대를 지휘해야 한다.
고양이와의 사냥 놀이에 집중하다 보면 밖에서 있었던 일들과 나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들이 점차 흐릿해져 감을 느낀다. 그 대신 장난감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고양이의 구슬같은 눈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내 새끼들. 그야말로 금쪽같은 내 새끼들과의 오롯이 행복한 시간을 즐기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