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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융원 Aug 09. 2023

아는 누나의 아는 친구의 남편의 직장 상사의 남편의..

10년 만에 돌아온 터키(튀르키예) - 상

노르웨이 생활 뽀개기 프로젝트의 시작으로 나는 터키를 다녀왔다.


이미 한국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되고 또 휴가를 가기가 조금 눈치가 보였는데, 역시 우리 교수님 대륙의 쿨남은 흔쾌히 허락해 주었다.


사실 이것과 무관하게 원래 가기로 예약이 되어 있었는데, 그 당시에는 뭔가 번거롭게 느껴졌는데, 지난 포스트의 다짐을 이어가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단 가게 된 계기는 예전에 한국에서 한창 놀던 교환학생 그룹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친구 중 한 명인 독일인 친구가 터키에서 결혼식을 한다고 해서 초대받아 갔다.


사실 유럽 쪽 결혼식은 처음이라 하루 종일 할 생각에, 마음 한편으로는 부담되었는데, 오랜 친구이기도 하고, 한국에 있는 상태도 아니니까 마땅한 핑계가 없어서 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그룹에 터키인 누나도 있었고, 그 누나를 보러갈겸 겸사겸사 가기로 했다.


그 누나와도 상당히 친했는데, 그 누나는 어머니가 한국인이가 아버지가 터키인인 혼혈이었다.


10년 전에 유럽여행을 할 때, 혼자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파리쯤에서 그 누나한테 전화가 왔다.


"뭐 해?"

"아 그냥 걸어 다니고 있어?"

"안 심심해?"

"심심한데, 그냥 새로워서 신기하네"

"터키로 올래?"

"오? 그럴까?"


그러고 나는 바로 터키행 비행기 표를 끊고 터키로 날아갔다.



그 당시에도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이 있었는데, 그 누나가 그 도시에 있다고 해서 거기로 바로 날아갔다.

처음 간 곳은 이즈미르(Izmir)라는 도시였는데, 터키 서부에 있는 해안 도시고 약간 한국으로 치면 부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우선 버스를 타고 에어비엔비 숙소로 이동을 했는데, 로밍을 안 하고 가서 그 누나와 연락이 한동안 잘 안 됐다. 그러다 어찌어찌 만나게 되어서 저녁 식사를 같이 했는데, 이미 같이 타고 있는 일행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고 첫날은 밤이 늦어서 나는 바로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이 예식 날이라 옷을 차려입고 픽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엄청 컸는데, 화면에 다 담기지 않았다.

터키의 결혼식은 한국이랑 비슷하게 일가친척 및 친구들을 다 부르는 느낌인데, 그 당시 무슨 야외 콘서트 홀 같은 느낌의 장소를 빌려서 식을 진행했던 것 같고, 한 1000명 정도 왔던 것 같다.


그렇게 예식을 마치고, 이제 그 누나의 친구들과 같이 차를 타고 다니며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밥도 먹고 했는데, 나중에는 이 그룹이 엄청 커져서


- 그 누나의 친구도 만나고

- 그 누나의 친구의 남편도 만나고

- 그 누나의 친구의 남편의 직장 상사도 만나고

- 그 누나의 친구의 남편의 직장 상사의 남편도 만나고

-...

늘 이 정도 그룹이랑 다녔던 것 같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그리고 모두가 엄청 나한테 잘 대해주었고, 돈도 거의 한 푼도 안 쓰고 위의 분들이 다 비용을 내줬다.


여기가 형제의 나라인가

잊고 있었는데, 이 당시 기억이 터키에 대한 나의 인상을 결정했던 것 같다.




이스탄불에서 부르사(Bursa)라는 지역으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누나가 미리 버스 티켓을 예약해 주어서 바로 탔고, 1시간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 누나의 집에서 지냈는데, 그 누나의 남편과 남편의 여동생도 있었다. 잠시 놀러 왔다고 한다.


아마 여기서 지내는 동안 또 지인의 지인의 지인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집에 갔는데, 아파트 단지부터 내부까지 너무 좋아서 누나에게 물어봤다.


"오 누나 부자 됐네!"

"아니야 그냥 Normal이야"

(부자들이 보통 이렇게 대답한다지..)


이번에 갔을 때 터키는 정말 더웠는데, 온도가 35도 정도 됐던 것 같다. 그래서 해가 떠있는 낮에는 집에 있다가, 해가 지기 시작하면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좋은 소식이 있었는데, 터키 누나가 임신을 했다. 18주 정도 됐다고 한다. 


신촌에서 그렇게 생각 없이 놀고 다니던 친구들이 점점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저녁이 되어서 우리는 근처 번화가에 나가서 식사를 했는데, 다들 이미 저녁식사를 해서 나만 먹었다.


이쪽에 오면 약간 돈가스 비슷하게 생긴 게 있는데, 예전에 이탈리아에서도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한국 돈가스랑 맛이 정말 비슷하다. 그런데 무슬림 국가다 보니 돼지고기는 아니고 닭고기로 되어 있었다. 치킨가스다.

고향의 맛..

그렇게 식사를 하고 번화가를 돌아다니는데, 생각보다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았다.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엄청 다들 힘들게 생활을 할 걸로 예상을 했는데, 막상 체감은 되지 않았다.


"터키 경제 좋네~"

"그렇지, 우리도 그 얘기 계속한다. 경제 안 좋다는데, 그냥 다들 잘 지내는 것 같아."


식사를 마치고는 또 근처의 바를 갔는데, 여기서도 다들 즐겁게 밤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터키에 도착하자마자 상당히 혼란스러웠던 게 있는데, 여성들의 반 정도는 히잡 또는 부르카를 쓰고 있는데, 또 반 정도는 남유럽 여성들처럼 입고 다닌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위치에 맞게 내부의 문화도 엄청 뒤섞여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또 바에서,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을 만나고 재밌게 놀았다.


터키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손님을 엄청 환영해 주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올 때마다, "와 내가 이렇게 환영받을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다들 좋은 대접을 해줬다.



한식 홍보대사

다음 날이 되어서, 이번에는 터키 누나의 어머니(한국인)가 운영하는 한식당을 갔다. 사실 이 여행의 주목적은 이곳에 오는 것이었다. 한식을 먹고 싶다기보다. 예전에 터키에 갔을 때 잘해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이 나서 두고두고 다시 찾아뵈어야지 다짐을 했기 때문에 꼭 오고 싶었다.


그렇게 오랜만에 인사를 하고, 한식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렇게 또 저녁을 먹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했는데, 이번에는 좀 멀리 이동했다. 약간 승마장 같은 곳인데, 식당도 있고 한 그런 곳에서 맥주를 마시며 또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뭔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곳이었다.


밤이라 환한 곳만 사진에 담겼다.

사실 거기 있는 사람들과 말을 많이 하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분들이 영어를 잘 못하고, 나도 터키어를 할 줄 모르니 거의 한 두 마디 주고받는 게 다지만), 그 몇 마디의 말과 나를 대하는 태도로 따뜻함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그리고 노르웨이에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지냈던 적이 많아서 어쩌면 내성이 생긴 걸 수도 있겠다.












안녕 또 올게 ㅜ

그렇게 다음날이 되어서, 이제 다시 결혼식이 있는 이스탄불로 가려고 했는데, 지난날에 누나의 어머니께서, 아침에 나를 차려주라고 주신 음식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침은 그걸로 먹고, 나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이스탄불로 버스를 타고 떠났다.


남편분이 아침에,

"다음 주에 큰 파티가 있을 거야. 만약에 가고 싶다면 1주일 더 지내도 돼"

라며 나를 회유했다.


정말 남고 싶었지만, 다음 기회에 오기로 하고 나는 이스탄불에 있는 한국인 친구를 만난다고 거짓말을 하고 버스에 탔다.

이번에도 이스탄불로 가는 버스티켓을 누나가 사줘서 그걸 타고 이스탄불로 가게 되었는데, 꼭 기회가 된다면 나도 내가 받았던 만큼 돌려줘야지라는 다짐을 하면서 부르사를 떠났다.




사실 내가 이 지역에서 오래 지낸 게 아니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다 이렇게 손님을 환영해 주고, 따뜻하게 대해주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이 친구가 이렇게 많은가? 싶기도 하다. 아마 이 누나가 인싸라서 친구가 많은 걸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 친구들도 인싸, 그의 남편도 인싸, 직장상사도 인싸...


노르웨이로 돌아와서, 파키스탄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터키로 부터 시작해서 파키스탄까지 손님을 대접하는 문화가 약간 비슷하다고 한다. 아마 이슬람 영향권에 있는 나라들의 문화인 것 같다.


Photo by Şeyma Sg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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