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막막할 때마다 매일 5만 원씩 읽는다고 생각하며 태연하려고 애썼다.
고개 돌려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내 마음을 비추자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나는 어쩌다 여기 이렇게 있게 되었을까
내 인생의 시간들을 강줄기 따라가듯 돌아보곤 했다.
책과 사람이 나를 응원해 주었고 구원했다.
덕분에 기운을 받아 한 평의 가을을 살려고 한다.
잘 쓰려고 애쓰지만 않는다면 책 한 권은 남길 수 있겠지.
책 제목은 <한 평의 가을>이다. 지금 책방 자리를 빼기까지 남은 두 달 운영 안내 제목과 같다.
말하자면 책방이 몇천만 원의 빛을 남겼을망정 책 한 권 값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다.
고군분투 애썼던 기억을 스스로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기를 바라며 무작정 브런치북을 개설한다.
늦은 나이에 깨닫게 된 현실세계의 쓴맛인가.
쓴 맛의 끝에 느껴지는 단 맛을 기다린다.
나는 밝은 사람이 되기를 원했다.
풍족한 돈은 없어도 한 마디 인사와 미소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이 전달되길 바랐으나
상처를 받은 만큼 상처를 주고 불쑥 튀어나오는 어두운 힘에 좌절했다.
그럼에도 '지금 현재'를 무너지게 둘 수는 없다.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고 마음을 살리는
<한 평의 가을>을 잘 살아보자.
열심히 하는데 잘하지 못한 책방 주인장의 다가올 겨울이 따뜻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