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에 대한 책 추천을 바라는 포스팅을 읽고
"쓰기에 대한 책은 많이 알고 있습니다.
읽기에 대한 책 추천 부탁드립니다.
관심 분야는 읽기와 관련된 동서양 고전, 잘 읽기, 느끼기.
미리 감사드립니다"
포스팅을 본 후 읽기를 통해 나를 이끌어온 시간을 돌아봅니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교실 뒤쪽에 모여진 책 말고는 읽을 책이 부족했습니다.
중학교 2학년 가사 선생님의 노란 손수건 이야기를 귀로 읽었을 때 난 그 책을 갖고 싶어서 언니에게 졸랐고
멀리 있는 언니는 언니 친구를 통해 내게 책을 받게 해 주었지요. 그렇게 짧은 단편이라는 것에 실망했지만 내게로 왔던 그 노란 표지의 책은 잊을 수 없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보다는 읽는 편이었을 뿐이지 많은 책을 읽지 못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럼에도 '나의 팔 할은 책이었다'를 줄여서 '나팔북'이라고 이름을 정하고 아이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던 이유는 인생의 큰 물줄기를 따라가는 길목마다 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니 책을 놓고 있을 때 인생이 방황을 했고 난파된 선박의 파편 하나 붙잡듯 책을 만나면 뭉클했습니다.. 내게 온 책 그건 사랑이었습니다.
꾸준히 봤던 주간지, 일간지의 책 소개 글과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세상의 책을 내게 맞게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도 감사한 몇 분을 언급합니다. 그분들의 책을 통해 또 읽을 책이 탄생해 쌓여가는 놀라운 경험을 해보시길 빕니다.
문정우 <나는 읽는다>
시사인 초대 편집국장을 역임할 때 국장의 편지를 재밌게 읽으면서 별도 철을 해두기도 했던
문정우 기자님은 수년째 뵙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게 '자기 앞의 생' '그 섬에 내가 있었네' '구르지예프의 길''놀라운 사람들과의 만남' '이 폐허를 응시하라'등 잊지 못할 책을 소개해주었습니다.
로맹 가리는 내게 그렇게 오게 된 작가였습니다.
당시 제 주변의 많은 사람에게 선물했던 책은 <자기 앞의 생>이었습니다.
그때는 책방을 할 거라고 꿈에도 생각 못했던 시절이었지만
너무 알리고 싶은 책이라서 사서 마구마구 사서 선물했습니다.
사서 선물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섬에 내가 있었네>라는 책을 소개받고 읽었습니다. 나는 책을 읽고 곧바로 김영갑 갤러리를 가는 독후활동을 했고, 뜨거운 막걸리도 함께 마셨던 수업 짝꿍은 그 후로 3년이나 김영갑갤러리 달력을 보내주었습니다.
내 인생 운명의 책들을 소개해주셨던 이 분의 단 한 권의 책 <나는 읽는다>는
상실, 뒤틀림, 인간, 행성 네 가지 주제별로 묶어진 100권에 대한 서평책입니다.
절판이지만 알라딘 중고에 많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기분이 싸했습니다.
문정우 선생님의 날카롭고 해학적인 글을 다시 읽고 싶은데
이제는 진안고원에 눌러앉으셨다는 카톡 프로필 글만 읽을 수 있습니다.
권성우 <낭만적 망명>,
구본형 선생님이 운영하는 크리에이티브 살롱에서
'문학이란 무엇인가' 강좌를 들으면서 만나게 된 권성우 교수님은 내게 디아스포라의 단어를 처음 접하게 해 주셨습니다. 임화, 에드워드 사이드, 가라타니 고진, 김현, 최인훈. 그리고 서경식 선생님을 만난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은 고생 한 번 안 해보고 살아본 부잣집 사람처럼 보이는 인상이신데 어떻게 사람의 그늘을 읽으실 수 있는지 질문을 했습니다. 어린 시절 명동에서 살면서 친척집 윗집에서 사셨던 경험을 언급하셨습니다. 문학적 상상력과 사유하는 힘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감도 가득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수업하면서 언급한 정독도서관 <발터 벤야민> 학회에 갔습니다. 그 어느 하루를 알아들을 수 없는 내용이 거의 전부인 강의를 들었지만 내장되어 있던 내 안의 갈망을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도서관 사서로 강좌를 함께 들었던 분과 교수님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 책 가득했던 서재를 만난 어느 날의 추억이 그립습니다. 그렇게 소개받은 서경식 선생님을 그 후 한겨레 지면을 통해 만나던 시간은 참으로 행복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세상이라는 책, 사람이라는 책으로 누군가를 공감하고 이해하며 나 자신의 성장이 세상의 빛이 될 수 있는 책. 이런 세계를 소개하고 강의하는 권성우 교수님의 책 <낭만적 망명>을 추천합니다.
이 기회에 서경식 선생님의 책 <내 서재 속 고전> 책과 <소년의 눈물>< 시의 힘> 외에도 서경식 선생님의 모든 책을 다 읽어보시면 좋겠다고 외치고 싶습니다. 서경식 선생님의 책을 수권이나 번역한 <연립서가>의 최재혁 대표님도 권성우 교수님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최대환 <당신이 내게 말하려 했던 것들>
최대환 신부님은 신부라서 제한된 독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참 아깝습니다.
신부님은 전혀 유명해지고 싶어 하지 않는 분입니다.
저작물도 출판사 대표님의 열성으로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그대로 본분을 살기 위한 삶의 한 방법이 저작과 강의입니다.
최대환 신부님의 철학 수업을 들은 몇 년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첫 수업에서 놀라운 경험을 했습니다. 너무나 빠른 말로 방대한 세계가 쏟아져 나오는데 저 머릿속에 노트북이 몇 대가 들어있는가? 살면서 머리 좋은 사람을 가까이 처음 만난 사건이었습니다. 한 마디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 녹음을 시작했고 그 녹음을 되돌려 다시 듣지도 못하고 소화도 못하면서 또 당시 사목하던 정발산까지 수차례 니체를 만나러 갔습니다. 1시간도 넘게 걸려서 말입니다.
어느 날은 정말 피곤했음에도 무릅쓰고 갔는데 그날은 영화를 본다고 했습니다.
신부님은 그 시간에 뒤에 서서 함께 영화를 봤던 수업이었습니다.
그때는 맥이 빠졌지만 이제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그런 시간의 의미를 압니다.
신부님은 수업에 들어와서 책 제목을 칠판에 크게 쓰고 시작하곤 했습니다.
책 내용을 많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큰 글씨를 정성껏 쓰는 모습에서 책을 기대하는 소중한 내 마음을 발견했습니다.
어느 날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 그렇게 내게로 왔고 루이스 세풀베다는 내 문학 세계에 빠질 수 없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저는 '어느 날 갑자기 한 평 책빵 주인이 되었습니다'
책방 큐레이션을 위해 공부했던 시간이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바베트의 만찬>은 한 평 만찬으로 책방의 프로그램이 되기도 했답니다.
신부님의 발간된 모든 책은 철학을 음악, 문학, 미술과 함께 쉽게 접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신부님의 세계를 만나면 우리는 고전을 특히 만나게 됩니다.
<페스트>, <오디세이>, <단테>는 꼭 읽게 되며 어쩌면 <반지의 제왕>도 책으로 다 읽게 될지 모른다.
<레미제라블> 전 5권을 읽을 생각을 어떻게 했겠습니까!
<모모> <어느 작가의 오후><페스트><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힘> <호메로스와 함께 하는 여름>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책 <다윈영의 악의 기원>............ <파이 이야기>!...........
최대환 신부님은 cpbc라디오 <최대환 신부의 음악 서재>에서 일주일에 한 번 일요일 저녁 4시-6시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 속 <스투디움 레젠디>와 친구가 되면 잘 읽고 느끼는 독서의 세계 너머를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읽기가 단순히 읽는 행위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지혜를 얻고 성찰하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수련의 행위가 됩니다. 몸의 건강을 위해 PT를 받는 것과 같습니다.
"잘 읽기, 느끼기"위한 읽기에 대한 책을 소개받는 포스팅을 읽으며
대한민국 누구나 아는 방송국 PD의 참된 겸손함을 읽었습니다.
지적인 곳에서 세계적 지성인을 연사로 모시고 제작하는 프로그램의 PD가
아.. 좀 더 인생을 '덜 후회하며 잘 살아보려고 노력'하는 몸짓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 소중한 문학 선생님들과 그분들의 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영혼과 정신의 건강의 개인 교사가 생기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제 읽기의 세계를 정성껏 연결하는 이유는
그 날 구입한 책 2권이 모두 저의 애정 가득한 코너 <사랑의 영토>에 들어가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마치려는데 한 가지 꿈이 글썽 생겼습니다.
어느 날 이분을 모두 모시고 북콘서트를 하고 싶은 꿈을.
그 어느 날에도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