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4월 10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말을 실감할 뿐이다.
12월에 이미 생각했던 곳이 결격되고, 올해 1월 11일 2024년에 이미 잡혔던 겨울 프로그램을 끝난 후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알아봤다. 월급 받는 일을 하고 싶었다.
인생은 상실을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나를 도와준 건 그 무엇보다 책이다.
1월 25일 알라딘 중고책방을 개설했다.
그 후 일주일 정도 400권 정도의 내가 읽었던 책을 등록하고
주문이 들어오면 그 책을 보내기 전에 다시 읽었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몰입해서 읽은 경우는 처음이다.
삶도 그럴까.
내일 죽어야 한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할까?
요즘 보지 못하고 살고 있는 조카, 형부, 언니를 먼저 찾아갈 것 같고
군대에 있는 현우에게는 면회를 갈까?
엄마가 너무 바빠 자주 혼자 있는 민후에게는 맛있는 제육볶음을 해주고 올까?
내 동생 지애야, 하나도 잘해주지 못했네.
어느 날 이 세상을 떠날 내 차례가 올 텐데 알라딘 책 주문처럼 예고가 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많이 쓸쓸할까?
혼잣말이라도 하라고 하는데, 혼잣말 한 번 해봤는데 재미도 없다.
똘이 삐비랑도 대화가 잘되곤 했었는데 애들 다 하늘나라 갔다.
한 번씩 마음이 멍해질 때 알라딘 주문이 들어왔다.
지금은 파우스트 2.
이렇게 내 마음이 막막해질 때 한 번씩 들어오는 알라딘 책 주문,
그 순간 마음의 구름이 싹 사라지며 얼른 책을 편다.
내일 보내기 전까지 읽어야 하니까.
이제 보내면 내가 같은 책을 다시 사볼 일은 거의 없을 테니까.
내 추억의 책 다 팔고 있는데, 어김없이 책이 나를 살린 어두운 겨울이었다.
그렇게 보내야 할 책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이젠 살아났다
봄이니까.
알라딘 중고도서 주문이 들어온 순서들도 내겐 너무 놀랍기만 하다.
정말 책의 신이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