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할 때 반바지를 입어도 될까?
복장자유의 허용범위
아침부터 비가 미친 듯이 쏟아졌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회사로 가야 하는데,
차에서 내리고 타는 동안 비를 맞을 것 같아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엔 사실 반바지에 장화를 신는 게 가장 편하다. 내 장화는 복숭아뼈까지 오는 목 짧은 신발이라 긴바지를 입으면 발만 젖지 않을 뿐, 결국 종아리 쪽까지 바짓단이 젖어버리고 만다.
여름철 바닥분수가 개장하면서, 아이와 물놀이 갈 때 입으려고 청반바지를 하나 샀다. 너무 짧지도 않고, 길지도 않고 입었을 때 뚱뚱해 보이지도 않는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바지였다. 지난 주말 내내 그 반바지를 입고 공원 분수대도 가고, 카페도 다녀왔다.
그런데 회사 갈 때 이 청반바지를 입자니 망설여졌다.
예전에 팀장님과 말씀하신 적이 있다.
"난 아무리 편하게 입어도 반바지는 아니라고 생각!"
우리 회사는 복장에 대한 규제가 없어, 남자분들 중에서도 샌들에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하시는 분이 종종 있다.
여자들은 반바지를 입더라도 상의는 블라우스, 니트로 매치해 대충 '세미정장'으로 포장할 수 있는 반면, 반바지 위에 반팔티를 받쳐 입은 복장은 내가 봐도 너무 후리해보였다. 그럼 남자들도 면 반바지 위에 셔츠를 입으면 되지 않나? 인스타나 의류쇼핑몰에서는 많이들 입던데? 싶어 신랑에게 이야기했더니 '윽, 이상해'라는 반응이었다.
현실의 평범한 3040 남성이 시도하기에 반바지+정장셔츠는 다소 도전정신이 필요한 복장인 모양이다.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면 여자들 옷도 본인은 '이건 반바지라도 정장바지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더라도 남자들이나 윗분들이 보시기에는 다 똑같은 반바지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날 고민하게 만든 반바지는 정장 반바지도 아니고 완전히 캐주얼한 청반바지였다. 결국 오늘 골라 입은 옷은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H라인의 치마다. 팀장님의 말씀이 비단 남자분들께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입을까 말까 고민이 된다면 안 입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괜히 '오늘 이 옷.. 괜찮을까?' 하루종일 신경 쓸 바에는 비에 좀 젖더라도 안전하고 얌전한 옷을 입는 게 마음 편한 것 같다.